대한응급의학의사회 가입하기

로그인
정부가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 보상을 강화하고 지방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필수의료 대책'을 내놨지만, 의사 수 부족과 지역·진료과목 간 쏠림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료현장과 전문가들은 인력 유인과 재정투입 등이 빠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해 환자단체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중증·응급, 분만·소아 진료 등 필수의료 분야에 적정 보상을 지급하는 공공정책수가 도입, 권역 내 중증응급의료센터와 심뇌혈관질환센터 개편·확대, 지역 병원 간 순환 당직 체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필수의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 부담 완화방안과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과중한 업무, 업무대비 낮은 임금,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의 갈등 부담 등이 필수의료의 기피 요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수의료에 대한 의료진의 기피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대책은 빠졌다는 게 현장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선 대학병원이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회진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 원인은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자체에 있다"며 "미래가 없는 영역에서 주당 100시간, 2회 이상의 36시간 연속근무를 감내하며 싼값의 노동력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의 채용 현황에 따라 차등 수가를 지급하고,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전공의 과로에 의존하는 상급종합병원 진료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공공정책 수가 도입을 약속했으나, 이게 대안은 아니란 이유에서다. 김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의료관리학 교수도 "정부가 내놓은 방안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안된다. 절대적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닌데 전문의 정원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수의료를 지원하기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증응급의료센터, 중증·응급 의사 순환 당직제 등 필수의료 대책을 시행하려면 재정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가 구체화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크게 건강보험과 국고 두 가지로, 절감되는 건강보험 재원을 우선 활용할 예정이지만 재정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만 설명했다. 이미 지원이 이뤄지던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도 미미한 수준의 예산을 받는 데 그쳤다.

응급의학과 의사단체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모든 환자를 각 지역에서 최종 치료까지 마치려면 상급의료기관이 언제나 환자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의사회는 취약지역에서 응급의료의 일차적 역할을 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기능을 축소하면 안 된다며 이곳 기능을 확대해야만 상급기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 씨의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오른쪽 세 번째)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가진 권대희사건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권 씨의 성형수술을 담당한 성형외과 원장 장 모 씨에게 성형수술 도중 피를 흘리는 권 씨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3.1.1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 부담 완화방안이 환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연합회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최소한으로 원하는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라며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의 설명의무와 입증책임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정부 대책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의사 인력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사단체와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게 복지부의 표면적인 해명인데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사 수 자체가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은 일부 야당 정치인과 시민단체 등을 통해 힘을 얻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지역 의료격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1000명 이상의 국내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지적에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대 정원은) 구체적인 논의 시기나 방법은 논의 순서와 방법, 규모 관련해 추후 결정하는 대로 국민께 알리겠다"고 말했지만 워낙 의사단체 반발이 심해 실제 논의가 언제부터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