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괴멸 부른다" 의료계,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부정적
중소병원들 ‘24시간 진료센터’ 개편 방안에 반발 순환당직제에 부정적인 현장 "언발에 오줌누기"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방안에 대해 중소병원계가 ‘중소병원 괴멸을 부를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4시간 응급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순환당직제 도입에 대해서도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많았다.
복지부는 지난 8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하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개된 응급의료 기본계획 중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이었다.
복지부는 ▲현재 40곳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해 50~60곳으로 늘리고 ▲131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센터로 ▲239개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진료센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보건복지부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중소병원들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로 전환해 ‘1차응급의료 및 경증응급환자 최종치료’를 맡기는 부분에 반발했다. 중소병원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낮춰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성규 회장은 “(응급의료 전달체계 발표 후) 협회로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을 단체로 반납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국민 의료를 위해 힘써온 중소병원장들의 좌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로 전환해 1차응급의료 및 경증응급환자 최종치료를 맡긴다고 하는데, 이는 (중소병원이) 입원이 불필요한 경증환자만 진료하는 병원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지역응급의료기관 진료 제한을 우려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중소병원 경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역에도 우수한 치료역량을 갖춘 의료기관이 많다. 이런 기관들에게 경증, 비응급환자만 진료하라고 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역량을 갖춘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센터로 확대하거나 질환별 지역센터로 지정되는 길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역응급의료기관 진료를 비응급환자로 국한하는 것은 시설, 장비, 인력 낭비”라며 “(응급환자를) 중증응급의료센터에 몰아주고 가산수가를 주는 형태의 개편은 현장을 모르는 정책”이라고도 했다.
또한 “중증응급의료센터를 50~60곳으로 확대하면 필요한 인력과 자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며 “(인력을) 순증하거나 수입하거나 중소병원에서 빼갈 것이냐. 이런 정책이 지역응급의료 붕괴와 중소병원 괴멸을 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응급의료기관 역할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 또한 중증응급의료센터를 늘리고 환자를 더 진료하면 가산하는 형태가 아닌, 센터 유지 시 비용보상을 충분히 해야 (응급의료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 역시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중소병원 우려가 크다”며 “오히려 지금보다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 기준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전문병원체계도 잘 잡혀 있는데 응급분야에도 수지접합, 화상, 산과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을 맡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전문병원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대한병원협회 신응진 정책위원장은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이런 체계로 나누면서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중복 투자와 역할 분분명 문제 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응급의료기관평가는 통제라는 생각이 든다. 응급의료센터를 격려하고 지원해야지 평가를 해서 (지정에서) 탈락시키고 질책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근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서울대병원과 아주대병원이 탈락한 이유를 잘 살펴봐 달라”고 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역할 축소를 염두에 둔 정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복지부가 목표하는 것은 현재 기능과 자원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응급환자들이 적정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기능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현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이) 대형병원으로 응급환자 쏠림을 가속화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단 중증응급에 대한 정의부터 먼저 하고 밑으로 내려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향후 연구를 통해 응급의료기관 기능을 명확히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과장은 “정부가 있는 자원을 축소시켜서 효과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기능의 명확화가 목표이지 강제로 진료를 막거나 하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순환당직제, 언발에 오줌누기식 임기응변"
순환당직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많았다.
경기도청 류영철 보건건강국장은 “순환당직제는 임시방편으로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지속가능할지 의심”이라며 “지역에서 순환당직을 시행할 때 지역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등 여러 논의가 있어야 한다. 순환당직 시 책임, 수가책정 등이 정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국장은 “순환당직이 도입될 경우 제대로 된 인력 양성이 안될 수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집중지원 사례만 봐도 제대로 한곳을 선택해 집중지원해야 의료인력 양성도 제대로 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는 “순환당직제가 도입되면 (인력) 교육이 어렵다는 점에 동의한다. 언발에 오줌누기식 임기응변”이라며 “제대로 된 센터가 교육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교육위원장(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역시 “현장에서 순환당직제에 대한 걱정이 많다. 지금도 일주일에 며칠씩 당직하고 있는데 이제는 국가에서도 시킨다는 반감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촘촘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은 “지역완결형 의료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나라 전체로도 (완결이) 어려운데 지역에서 되겠나”라며 “기본계획이 현장 전문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 입장에서 (응급실을 찾는) 경증환자를 보낼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응급실이 몇개 필요하고 응급의학과전문의가 몇명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없다”고 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