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응급의료 계획안, 기대-우려 속 보완과제 ‘산적’
각 응급의료 단계별 기능 명확해야 ·“중소병원 기능축소 안돼” 의료계, 복지부 주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공청회'에서 다양한 의견 개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정부가 응급의료 5개년 기본계획을 밝힌 가운데, 의료계는 새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토론 현장에서는 중증응급의료센터에 대한 환자쏠림과 24시간 진료센터 개편 과정에서의 중소병원 기능축소 등 우려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방안이 요구됐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서울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공청회’에서는 이 같은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복지부가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2023~2027년)을 발표하면서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라는 비전으로 이송·병원·전문분야·응급의료 4개 영역별 16개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응급의료센터로,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지역응급실)로 각각 개편하고, 전문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 중 지정해 전문성을 강화하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및 달빛어린이병원 확충 등이 소개됐다.
이어진 패널토론회는 응급의료와 관련된 의료단체와 각 현장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는데,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기본 방향성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각 영역별로 부족한 부분이 제기돼 보완점이 확인됐다.
(왼쪽부터)김원영 응급의학회 정책이사, 이상운 의협 부회장, 신응진 병협 정책위원장, 송경준 응급의료지도의사협 이사장
김원영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는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만드는데에 학회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서 “학회에서는 3년전 연구용역으로 큰 방향을 정했으나 세부적으로 어떤 환자군을 어떻게 녹일지 결정되지 않다가 이번 5개년 계획에서 학회-복지부가 노력해 국민이 불편하지 않는 전달체계를 만들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기본계획에 대해 “왜 전달체계가 바뀌는지 궁금증이 있을 텐데, 응급실에서 근무하다보면 중증환자가 고령화 등으로 매우 늘었으나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점을 느꼈다. 이러한 취지에서 중증응급센터 확충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전환하고 최대 60개소로 확대하는 방향성에는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중증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쏠리는 문제, 경증환자를 걸러내지 못하면서 이송시간이 지연되는 문제 등은 해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응급 표준지침이 해결된 후에 확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 부회장은 또한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응급의료센터로 바꾸면서 기능을 강화하면서 그 역할을 잘한다면 중증의료센터의 환자쏠림을 자동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한 지정기준을 현실화해 20병상 크기로만 지정하지 않고 치료능력 및 24시간 응급수술 및 처치 등을 고려해 지정해야 현실성이 있다. 현재 운영중인 131개소도 200개소로 늘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24시간 진료센터는 중소병원에서 우려할 사안으로 오해가 있었는데, 현재 응급의료기관 역할보다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지금 (중소병원들이) 축소를 걱정하고 있는데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 질 관리를 잘해주고 지역지정기준도 현실화 해야한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 한해서는 의료인력을 간호사 뿐 아니라 응급구조사로 활용하기 위한 법제화 등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논의되던 필수의료·응급의료에 관심을 갖고 여러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인 것이 다행”이라고 평가하면서 “세부상황을 진행하면서 수도권과 광역시, 기타지방 시군구로 분류해서 봐야한다. 수도권·광역시는 환자이송이 우선 필요하고, 기타 시군구는 인력자원·시설에 대한 지원이 먼저일 거라 생각된다”며 향후 세부사업에서의 맞춤형 대책을 제시했다.
신 정책위원장은 또한 “중증응급의료센터 증설은 동의하지만,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역할과 경계가 모호하다. 이 상황에서는 중복과 역할 불분명성이 우려된다”며 “차라리 둘을 하나로 묶어 지역응급의료센터를 틀로하면서 24시간 진료실을 입원이 없는 ㅈ진료소를 두도록 한정된 자원을 두는게 좋지 않겠는가” 언급했다.
더불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당장 급한 건 전원과 후송인데 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다. 권역센터에 환자가 오고 보내는데 간호사 등이 1시간 이상 전화를 돌리는 등 전원에 행정을 보게 돼 현장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차라리 권역에서 응급진료체계를 갖추고 시스템으로 적절한 역할을 부여해 준다면 경증환자 재분배가 이뤄져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복지부 응급의료 평가에 대해서는 “응급의료센터는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지 평가를 통해 질책하거나 떨어뜨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서울대와 아주대가 탈락했는데, 이 이유를 복지부가 잘 살펴봐야 한다. 취지는 그렇지 않겠으나 현장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송경준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이사장은 “국민 편의를 고려한 응급의료 정보제공이 필요한데, 국민이 정보를 체득해서 응급실을 갈지 외래를 갈지 판단하도록 하는 건 바람직하며 계속 요청했던 부분이 기본계획에 반영된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이송 인프라에 대해서는 이송간 처치와 장비, 자원, 소모품 관련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또한 현장 의사로서 취약계층의 응급의료가 빠져있는 점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독거노인, 불법체류 외국인,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 피해자, 알콜중독자 등 계속 응급실을 드나드는데, 응급조치를 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복지와 연계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왼쪽부터)이성규 중병협 회장,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교수,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김은영 복지부 과장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정부 필수의료 지원대책 발표(1월) 후 중소병원장들은 단체로 울분을 갖고 항의했다. 국민의 의료를 위해 힘써온 중소병원이 경증환자만 진료하는 곳으로 오해를 받는다. 중소병원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지역의료기관이라는 우수 기능이 있음에도 경증·비응급환자만 보라고 하는 것은 한정적 자원을 잃는 국가손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역에서 발생하는 많은 환자를 최대한 치료받고 그 이상 역량이 필요한 중증환자는 여유가 있는 중증응급의료센터가 잘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달체계를 강조하면서 “반대로 중증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여기에만 수가를 가산하고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은 응급실 과밀화와 취약지 개선은 커녕 이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최종진료가 응급의료 시스템에 들어간 것은 기존 패러다임과 다르게 많이 바뀐것으로 매우 중요한 일인데 다행스럽다”면서도 “중증응급의료센터가 현실 때문에 기준이 낮아져 잘 운영될지 걱정된다. 최종진료 인프라를 잘 걱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기본계획안에 포함된 순환당직제·전문진료팀에 대해서는 “상당히 브로드한 개념인데 과연 가능할까 생각이 든다. 반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4차 기본계획에서 이들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촘촘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윤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필수의료 지원대책 발표 후 긴급 설문을 진행한 결과 60%가 부정적 반응을, 지역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진료센터 전환은 70%가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며 “응급의료체계 제공자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또한 “이번 계획안에서 과밀화와 취약지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고 현장 의료인 참여도 부족한데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발해야 한다”며 “대형병원에서는 좋은 치료와 다양하고 빠른 대응을 기대하며 오는 환자를 과연 쳐낼 수 있겠는가, 중소병원에서는 환자 컴플레인 등으로 인한 경증과 마이너 환자에 대한 역량이 부족해 작은 문제조차 권역에서 담당하는데 법적 책임까지 늘어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인력과 관련해서는 “응급의학전문의 82%가 기회가 되면 응급실을 떠나길 원한다고 답하는 현실에서 희망을 주지 않고는 지속 가능한 응급의료체계 발전이 쉽지 않다”며 “비전이 좋지만 어떤 투자가 필요한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아직 기본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취약계층 대응 부재나, 환자-응급실 디자인 등은 요약적으로 들어가 설명이 못된 부분이 있어 공통과제에서 기본계획안에 대해 보완하겠다”며 “응급실 과밀화나 적정의료기관 안내에 대한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특히 중소병원 축소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왜 있는 자원을 축소해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겠는가, 기능을 명확화하겠다는 의미로 정부가 강제적으로 진료를 막거나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다시 언급한다”며 “전달체계 개편은 하고자하는 목표가 명확하다. 현재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이 아닌 환자가 적정 의료기관으로 가도록 기능을 명확화하겠다는 것이 큰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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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의학신문(http://www.bo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