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 가입하기

로그인

인프라·역량 개편 '응급의료' 기본계획 윤곽…모호성·쏠림현상 등 문제 산적

각종 의료사고 및 필수의료 문제 등 국민들이 의료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기관 인프라와 역량을 개선한 응급의료 개편안을 공개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센터별 기능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자칫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출범식에서 의료진들이 응급환자 이송 시연을 하고 있다. / 뉴스1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 공청회를 열고 향후 5년간 응급의료 정책 추진 전략과 중점 과제를 공개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복지부가 지난해 4월부터 연구를 진행, 총 26차례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만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응급의료 인프라의 양적 확충 및 질적 개선을 통한 지역완결적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4개 영역, 총 16개 과제를 제시했다. 4개 영역은 현장·이송 단계, 병원 단계, 전문분야별 대응, 응급의료 기반 등으로 구성됐다.

16개의 중점과제는 ▲알기 쉬운 응급의료 이용체계 마련 ▲중증도 기반 이송 인프라 확충 ▲이송서비스 품질 개선 ▲이송 및 수용 적정성 관리체계 마련 ▲최종치료 포괄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물적·인적 인프라 확충 ▲보상 체계 강화 ▲안전한 응급진료 환경 조성 ▲중증외상 분야 ▲심뇌혈관질환 분야 ▲소아응급 분야 ▲정신응급 분야 ▲재난대응 분야 ▲지역 중심 응급의료정책 추진기반 강화 ▲응급의료 정보체계 선진화 ▲중앙 응급의료정책 추진기반 내실화 등이다.

우선 정부는 이번 5년 계획안을 통해 증응급환자 적정 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 49.6% → 60%, 대국민 응급의료 서비스 만족도 54.9% → 60%, 중증응급환자 병원 내 사망률 6.2% → 5.1%,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15.2% → 10%, 지역 응급의료체계 평가(신설) 등을 핵심 목표로 세울 전망이다.

이를 위해 현장·이송 단계를 보면 응급상황이 발생한 현장부터 병원 이송 단계까지 일반 국민의 응급처치 등 대응 역량 강화와 119 구급대, 민간 이송업체 등에 의한 이송서비스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심폐소생술 교육 및 자동심장충격기 정보 제공을 확대해 국민의 응급의료 역량을 강화하고,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를 확충해 취약지 이송을 개선한다.

또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를 확대해 필요한 처치를 적시에 제공하고 지역 맞춤형 이송지침을 마련하는 등 병원 입원 전 단계 응급의료 효율성을 대폭 올릴 방침이다.

병원 단계에서는 질환별 수술 등 최종치료 기능을 포함해 응급 중증도를 기준으로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한다. 현재 40개인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가칭)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해 50~60개로 늘린다. 즉, 전국 어디서든 1시간 안에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불어 응급처치·진단 후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신속히 이송하도록 취약지 응급의료센터의 기능을 정립하고, 취약지의 부족한 의료인력 지원을 위해 응급의학 전문의로 구성된 팀의 순환 근무 등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모형을 마련한다.

전문분야별 대응 강화를 위해 중증외상, 심뇌혈관질환, 정신응급질환, 소아응급질환 등 분야별 전문진료센터의 전문성을 제고해나가는 한편, 전문센터는 중증응급의료센터 중에서만 지정되도록 해 응급실과 후속진료 간 연계를 강화한다.

권역심뇌혈관센터는 전문치료 역량 중심으로 재지정 및 전문의로 구성된 네트워크 팀을 구성하며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운영을 확대하는 등 전문 대응 역량을 개선한다.

소아응급환자 진료실적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등 소아응급 진료 의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및 야간·휴일 소아환자 진료 제공 기관(달빛어린이병원 등)을 확충한다.

이와 함께 응급실 폭력 예방을 위한 보안인력 확대, 감염병 유행 시 탄력적 대응을 위한 격리병상 확충 등을 통해 안전한 응급진료 환경을 조성한다.

재난 사전예방을 위한 지역별 재난의료협의체를 구성하고 신속한 초동대응을 위한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 의사소통 체계를 향상시킬 예정이며, 재난의료지원팀(DMAT)과 소방·보건소 등 관계기관 간 합동훈련 내실화, DMAT 활동 여건 개선 등 신속히 대응이 가능하도록 구축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중증응급의료센터에 대한 환자쏠림과 각 센터별 기능과 질환군 분류 등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전환하고 최대 60개소로 확대하는 방향성에는 찬성하지만 중증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쏠리는 문제, 경증환자를 걸러내지 못하면서 이송시간이 지연되는 문제 등은 해결돼야 한다"며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응급의료센터로 바꿔 운영하면 환자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선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이 외에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역할이 모호하고 구분이 애매해 굳이 3단계의 체계로 쪼개면 불필요한 중복 투자와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질병으로 제시돼 온 의료인력 부족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이번 계획안에서 과밀화와 취약지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고 현장 의료인 참여도 부족한데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발해야 한다"며 "중소병원의 경우 환자 컴플레인 등으로 인한 경증과 마이너 환자에 대한 역량이 부족해 작은 문제조차 권역에서 담당하는데 법적 책임까지 늘어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정부는 이러한 의견들을 반영해 16명의 관련 전문가들과 토론을 이어갈 전망이다. 복지부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기본계획 방안을 보완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 및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의료환경 변화 및 필수의료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을 반영해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재도약하는 것이 이번 기본계획의 목표다"라며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발맞춰 향후 5년간 응급의료 기반을 강화할 수 있도록 내실있는 계획을 수립·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