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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료원, 연봉 4억대에도 구인난…“의사들 왜 떠나는지 알아야”

10년 넘게 근무했던 응급의학과 의사도 퇴사 열악한 지방 인프라에 의료원 조직 문제도 지적

4억원이 넘는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가 뽑히지 않는다는 속초의료원 소식은 의대 정원 확대 요구로 이어졌다. 하지만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10년 넘게 근무하던 의사들이 떠난 이유를 외면한 채 의사 수만 늘려서는 소용없다는 것이다.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이달부터 응급실 단축 운영에 들어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2명이 지난달 말 퇴사하면서 응급실 운영을 주 4일로 단축했다. 그 사이 의사 1명이 더 사직 의사를 밝혔다.

속초의료원은 응급실 정상 운영을 위해 지난 6일 응급실 근무 의사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이에 지난 8일 연봉을 4억2,000여만원으로 올려 2차 공고를 냈다. 지원 기간은 오는 21일까지다.

의료계에 따르면 퇴사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한명은 12년 동안 속초의료원에서 근무했으며 나머지 한명도 7년 넘게 있었다. 이들이 속초의료원을 떠난 이유는 자녀 교육 등 개인 사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지방의료원 조직 자체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비의료인 원장과의 갈등도 있었다는 것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지난달 퇴사한 의사는 현재 속초의료원이 제시한 연봉보다 적은 금액을 받고 12년 동안 근무했다. 임기가 3년인 의료원장이 4번 바뀔 동안 속초의료원에서 근무했다”며 “가족은 서울에 있는데도 속초의료원 응급실을 지켜왔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35년간 근무했던 비의료인이 원장으로 오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속초의료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의료원 중 상당수가 비슷하다. 노조에 휘둘리기도 한다. 그 속에서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의사들도 많다”며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의사 수를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데 현실을 다르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면 기존 틀을 깨고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지방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봉만 올린다고 의사들이 지방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은 지역별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팀을 구성해 응급환자를 담당하는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경증 응급환자를 동네의원에서 직접 진료하는 ‘급성기클리닉’(urgent care clinic)을 국내에 적용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자녀 교육 때문에 그만두는 상황에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지방 인프라의 한계 때문이다. 이는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라며 “지방 의료원에 근무하는 의사들 중 거주지가 수도권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속초의료원과 같은 상황에 처한 응급실이 전국에 100곳 정도는 된다고 파악하고 있다. 자생력도 없고 의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병원이 전국에 너무 많다”며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의사를 구하지 못하면 어디선가 파견을 보내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팀을 구성해 지역별로 담당했을 때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는지 등 틀을 깨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의사인 원장과 갈등을 겪으며 떠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의사가 원장으로 와도 해당 병원 응급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비의사 원장이면 사실상 거의 기능을 못한다고 봐야 한다”며 “거기서 생기는 갈등으로 인해 그만두는 의사들도 많다”고 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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