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응급실 과밀화 심각" 응급의료체계 개편 '역효과' 우려
중증환자 전원해도 입원병실 없어 치료 어려워 응급의학회 “중증환자 와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 정부 "환자 셀프 트라아지 체계와 인식개선 필요"
정부가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했지만 응급실 과밀화 문제 해결 없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중증 응급환자를 입원시켜 치료할 중환자 병상도 부족한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 중심 중증응급의료센터 지정 등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가 28일 서울 LW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개편방안 좌담회’에서는 개편된 응급의료전달체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밀화 해결을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8곳이 생긴다. 대학병원 분원이기 때문에 응급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물론 의료 인력이 지역에서 몰릴 수밖에 없다”며 “지역에서 응급환자를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기본계획과 반대되는 의료정책이 나오니 상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기획이사는 “좋은 응급의료체계가 있어도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와 대학병원 응급실은 만실이다. 중증환자가 와도 현실적으로 받을 수가 없다”며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중증환자를 받을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노인환자들이 중환자실을 차지하고 있어 급성기 환자들이 입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김 기획이사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을 제한하는 방법이 없어 현장에서도 어려움이 크다”면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해 중환자실과 병상을 일부 비웠던 것처럼 중증 응급환자 입원이 가능하도록 병실 일부를 비워놓고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대기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박진식 이사장도 “너무 급하게 중증응급의료센터 증설 논의가 시작되는 바람에 여러 우려들을 낳았다”며 “대형병원 과밀화로 환자 수용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문제가 됐던 건데 이미 과밀화 상황인 대형병원을 추가로 지정해 지금 겪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치료자원들이 환자 가까운 곳에 있어야 지역 의료체계가 돌아간다. 응급의료 중심으로 치료자원을 한 곳에 몰게 되면 지역은 응급의료 뿐 아니라 모든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서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기존 진료능력을 인정하고 그 기반을 토대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병원제도를 활용해 지역 내 중증응급의료 치료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수지접합, 심뇌혈관 등 전문병원을 지역 내 중증응급의료 자원으로 활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
박 이사장은 “현재 겪는 문제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치에 대한 문제인데 절대적 부족상황에서 중증의료센터를 증설하는 것은 자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지역 응급의료 취약 문제를 더 악화시키기보다 현재 치료자원 중 중증의료자원을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전문병원들 대부분이 병원급이지만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지 않았다. 수지접합이나 화상 분야 응급환자를 볼 수 있도록 지역 내 중증응급의료 자원으로 활용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현장 이탈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2019년 기준 응급의료기관 239곳 중 135곳만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다. 매년 150명이 배출되고 이들이 30년 근무한다고 치면 4,000명 정도지만 약 80%만 응급실 근무를 한다"며 "3,000명으로 응급의료체계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취약지에 대한 고려와 장기적 청사진이 없다면 인력 채용 어려움은 일부 의료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최근 서울과 수도권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1년 이상 구인공고를 내고도 인력 채용을 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이 5곳 정도다. 그 이유는 힘들어서다. 지역이라도 근무환경이 좋다면 이동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원주세브란스병원으로 지역을 건너오는 환자들이 연간 2,000명이 넘는다. 취약지 문제가 과밀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응급의료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어전트 케어 클리닉이나 워킹그룹 등으로 지역 응급의료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응급실 과밀화 해결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 인식 개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청년의사).
정부 응급실 과밀화 해결 ‘공감대’…“국민 인식개선 강화”
정부도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국민 인식 개선 활동 등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했다. 응급실 중환자실 예비병상도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했다.
또 수지접합이나 화상 등 전문병원을 지역 내 중증응급의료치료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대형병원 쏠림문제는 응
급실 차원에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의료전체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응급실 공간에서 해결한다는 게 실질적으로 어렵다"며 "의료 접근성이 큰 우리나라 의료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나타나는 게 응급의료체계 과밀화”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환자들이 셀프 트리아지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불필요하게 이용하지 않게 결국 인식개선, 교육, 홍보였고 정보 제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들은 모두가 중증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저부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10년, 20년 후에도 답이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과장은 “응급실 예비병상에 대한 문제는 보상수준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보상해 나갈 것이다. 당직하는 부분 보상을 확대하겠다는 점도 계획에 담겼다"며 "취약지의 경우 한정된 자원 하에서 재정적, 인적자원 한계 상 어렵다고 생각해 닥터헬기 등 빠른 이송으로 연결되도록 짜야하고 팀 단위 접근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는 방안도 계획에 담았다”고도 했다.
전문병원 활용에 대해서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며 “특히 화상과 수지접합 등 응급실에서 거의 안 되는 분야는 필수로 넣기보다 지역 내 협력체계를 활용하는 내용은 공감한다. 세부적 내용들은 현장 의견을 들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한다. 구체적 방안은 논의하면서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