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개선 없이 의료진 희생양 삼아 공분만”
응급의학醫, 경증환자 119이송·상급병원 이용 금지법 요구 소아응급의학회 "의료진에 쏟아지는 비난, 응급진료 위축"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다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자 현장에서는 경증 환자 이용을 제한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환자들로 가득 찬 응급실에 또 다른 응급 환자를 무조건 이송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병원 상황에 따라 입원이나 수술 등 배후진료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내재된 구조적 문제들과 상황을 외면한 채 마치 응급실에서 일부러 거부한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며 응급 환자 사망사건 대부분을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유감을 표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선정적인 보도들은 무너져가는 환자, 의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며 국민 불안감을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법적 소송 증가와 부담감으로 응급의료 현장 의료진의 이탈을 부추긴다”고도 했다.
응급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일은 “(수용을) 의뢰한 병원의 배후진료능력 부족 때문”이라며 “그 환자를 치료할 만큼의 의료자원이 그 시각, 그 장소에 없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중증외상환자라면 최소한 중환자실과 응급외상수술팀이 갖춰져야 응급실에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무조건 가까운 응급실에 빨리 환자를 내려놓는 게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응급의료진을 희생양삼아 공분을 돌린다고 예방가능한 응급, 외상 환자 사망률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의로 행한 응급의료조차 치료결과가 나쁠 경우 민·형사 소송을 감내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송 문의 거절에 대한 언론 재판과 실제 법적 처벌까지 가시화될 때 응급의료진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응급의료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증 응급 환자가 제때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증 환자가 응급실이나 상급병원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고 상급병원 환자 쏠림 문제를 해결할 실무논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중증 응급 환자가 더 많이 치료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상급병원 과밀화 해결, 경증환자 119 이송 금지와 응급실 이용 자제, 취약지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 행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송 문의에 대한 수용 결정은 현장 의료진이 병원 역량과 상황을 고려한 복합적인 판단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증 환자 119 이송 금지와 상급병원 경증환자 이용 금지 특별법을 마련하라”고 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도 ‘응급실 뺑뺑이’라는 표현이 현실을 가리고 오히려 “어려운 와중에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과 병원에 역설적으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지난 30일 회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5세 남아 사망 사건이 사실과 다르게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보도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이번 사건으로 일선 응급진료가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 될까 우려된다”며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 속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근근이 버텨온 소아응급의료진이 사직이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소아응급의료체계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소아응급의학회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픈 아이들이 병의원에서 최선의 시간 내 적절한 진료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119 구급대는 소아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찾기 위해 한 시간 넘도록 전화를 걸어야 하고 환자를 싣고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그나마 소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간신히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의료진 부족으로 입원이 되지 않아 병실로 옮기지 못하고 응급실에서 며칠 밤을 지새워야 하고,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려 해도 새벽부터 긴 줄의 대기를 해야만 겨우 가능한 실정”이라며 지난 3월 소아응급의료체계 개선 방안을 제시했지만 “발표한 지 100일이 가까워지는 현 시점에도 개선된 점이나 변화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고도 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