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환자까지 응급실 몰려… 도움 필요한 중환자 못챙겨”
전문가, 응급의료 과밀화 지적
70대 노인이 경기도 용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후 2시간 동안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하면서 응급의료체계 개편 문제가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권역외상센터를 늘리며 응급환자에 대처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권역 내 응급체계 개선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주문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료학과 교수)은 3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명의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최소 5명의 의료진이 가동할 수 있는 병원이 상시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 병원에서는 대응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며 “권역외상센터는 있지만, 일할 인력이 부족한 곳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서 현재 40곳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50∼6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매번 사고 발생 후 권역외상센터를 늘리는 방향으로 응급의료 대책을 세웠지만, 중환자실과 의료진 부족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경증 환자도 응급실에 몰리면서 발생하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도 개선해야 할 대책으로 지적됐다. 경증 외상 환자를 분리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 회장은 “이번에 사고가 난 경기 남부 지역은 평소에도 과밀화가 심한 곳으로, 권역외상센터에서 경증 환자를 받지 못하게 하고 권역응급센터에서 경증 외상환자를 어느 정도 흡수하는 방식의 적극적 분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원영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를 구급차에 싣고 권역을 넘어 이동해야만 했던 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며 “주요 권역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할 만한 대형 병원이 없을 경우 지역 병원에서 당직제를 통해 환자를 받는 대책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응급환자 대응은 어느 선진국이라도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우리 또한 장기적인 인력·시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진료하면 손해만 보는 구조인 응급 의료 수가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응급의료 행위에 대한 적합한 보상 등이 갖춰져야 ‘응급실 뺑뺑이 사망’ 비극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오후 2시에 국민의힘과 당정협의를 열고 응급의료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