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응급실 찾은 1000만명중 500만 ~ 600만명은 ‘경증’ 환자
‘경증환자 내보내고 받으라’는 ‘黨政 응급실 대책’ 실효성 논란 진단을 통해 경·중증 분류하는 ‘응급의학 존재이유 무시’ 지적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로 숨지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긴급회의를 열고 경증 환자를 내보내서라도 중증 환자의 병상 배정을 의무화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거세다. 응급의학의 존재 이유가 환자를 진단과 검사를 거쳐 경증, 중증으로 분류하는 것인데 환자 질환에 대한 오판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매년 응급실을 찾는 약 1000만 명 중 500만∼600만 명이 경증인 만큼 경증 환자를 줄여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당정은 응급실 진료 전 중증도를 분류해 경증 환자를 지역 응급기관 이하로만 이송한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계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응급실에 걸어 들어온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한 경우도 있다”며 “경증, 중증 여부는 진단과 검사, 치료를 해봐야 판단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이송 전 경증으로 오판해 환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단순 두통인지 뇌출혈 전조 증상인지 검사 전에 환자가 알 수 없다”며 “응급구조사와 환자 본인이 경증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응급실 병상·의료진 실시간 상황이 담긴 종합상황판(앱) 도입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도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교수는 “응급실 상황이 유동성이 높아 실시간 변화하는 의료 정보를 매뉴얼로 추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실시간 반영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 많은 인력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경증 환자가 10∼20%만 줄어도 응급실에 여력이 생긴다”며 “국민들이 인지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