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수사에 의사들 반발…경찰서 항의 방문
응급의학·소아청소년과의사회 23일 대구북부경찰서 항의방문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지난 3월 대구에서 17세 외상 환자가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진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피의자로 조사 받고 있는 가운데, 의사단체들이 "응급환자 수용거부 금지법(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관할 경찰서를 항의 방문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23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2명을 수사 중인 대구북부경찰서를 항의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응급실 인프라 부족, 이송단계에서 의사 소통의 부족, 환자전원시스템의 부재와 같은 시스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공의 때문인 것처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과도한 처벌은 지원율 하락을 가져올 것이고, 결국 멀지 않은 미래에 응급실의 붕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응급환자 수용거부 금지조항은 대표적인 행정편의적 법률로 논란이 많아 아직도 시행규칙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12월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응급환자 수용거부 금지법'은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없도록 해 응급환자 수용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미 치료 결과에 대한 민·형사 소송이 남발되고 있고 응급처치한 의료진에게 법적 책임이 돌아오고 있는 상황인 데다 해당 법안에 명시된 '정당한 사유'가 불분명해 의료계가 강력 반발했고, 결국 시행이 유예된 상태다.
이들은 "응급환자 수용과 이송의 '적절한 사유'를 판단하는 주체는 현장의 의료진"이라면서 "배후진료 능력부터 환자의 상태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과 수용거부 금지의 압박이 커질수록 의료진들은 방어 진료와 소극적인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며 "또 배후진료나 최종진료를 무시하고 환자를 강제로 수용하도록 하면 이송시간은 줄어들지 몰라도 환자는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응급의학과의 경우 전공의 3년차 이상이 전문의를 갈음하도록 돼 있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시대착오적인 법률 개정을 촉구한다"며 "전문의 부족으로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어 전공의 의존도 상승과 근무여건 악화, 응급의료의 질 하락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는 피교육자의 신분으로 지도 전문의의 지도 감독과 교육이 필요하며 최종적인 책임은 책임 전문의가 져야 한다"며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양질의 교육수련 여건을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