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대구 응급실 전공의 피의자 조사 규탄
응급의학ㆍ소청과의사회, 대구북부경찰서 항의 방문...의협 등 입장문 통해 우려 표명 출처 : 의약뉴스(http://www.newsmp.com)
[의약뉴스] 지난 5월 대구에서 10대 외상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한 사건을 두고 경찰이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23일, 전공의들이 조사를 받고 있는 대구북부병경찰서에 방문,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이 23일,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는 대구북부경찰서에 항의방문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해당 사건의 원인이 응급실 과밀화에 따른 인프라 부족과 이송단계에서 의사소통 부족, 환자전원시스템 부재 등 시스템의 문제임에도 사망의 책임을 개인의사, 특히 전공의 때문인 것처럼 수사를 진행한는 것은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형민 회장과 임현택 회장은 “이송의 수용과 거부는 진료행위로 경찰의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절한 사유를 판단하는 주체는 현장 의료진이며, 배후 진료능력부터 환자 상태까지 모든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배후 진료나 최종진료를 무시하고 환자를 강제 수용시키면 이송시간은 줄겠지만 환자는 치료받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이런 전례로 다른 병원을 보냈는데 상태가 나빠지면 모든 의료진이 다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최종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과 이송거부 금지의 압박이 커질수록 현장 의료진은 방어 진료와 소극적인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전공의에게 책임을 묻는 현재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응급의학과는 전문가 부족해 전공의 3년차 이상이 전문의를 갈음하도록 돼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 부끄러운 규정에 대해 바꿀 것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전공의는 피교육자 신분으로 지도전문의의 지도감독과 교육이 필요하며 최종 책임은 책임전문의가 져야 한다”면서 “전공의 3년차 이상이 전문의를 갈음하는 시대착오적인 법률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부적절한 대응이 소청과 위기를 초래한 것처럼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 지원율 하락을 가져와 응급실 붕괴를 불러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도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피의자 조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응급의료 체계와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전공의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면서 “응급의료를 포함해 필수의료 붕괴가 더 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 환자를 담당해야 할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경증 환자가 넘쳐나는데 응급의료 종사자는 이를 거부조차 할 수 없다”며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했는데도 불구하고 의료인이 민ㆍ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고, 사회 시스템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과 의료인 개인의 대처로 몰아가고, 잘못으로 치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불합리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의협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벌어지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인의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구광역시의사회(회장 정홍수)도 전공의를 피의자로 조사하는 경찰의 대처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의료계에서 지역별 중증응급환자의료센터의 확대, 응급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진료과에 대한 지원, 응급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수가개선 및 보상체계 등 여러 가지 개선책을 제시했음에도 모두 묵살하고, 사건이 터지면 진료 의사 개인의 처벌만 반복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왜곡된 의료 환경과 열악한 응급의료 체계에 의한 것임이 명백한데도 이를 외면한 채 마녀사냥식의 희생양을 찾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일인가”라고 힐난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보건당국은 의료계의 주장에 귀 기울여 응급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며 “힘들고 어려운 응급실을 지키는 우리의 젊은 의사가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일 역시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강민구)는 전공의가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받은 것은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는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면서 피교육자로 전문의와 지도ㆍ감독 관계”라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전공의를 단순히 의료진 개인으로만 보고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전공의 제도 존재 의의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장정결제 투여 환자 사망 사건 등은 전공의 사회에 과연 전공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그리고 전공의 당직 근무 시 전문의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지 묻게 한다”며 “책임만 종용하는 필수의료 과목 수련을 거부하는 흐름 또한 점차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응급실 환자 수용을 강제하고, 수련 교육을 받는 전공의에게 민형사 책임을 따져 물으면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응급의료 체계 전반을 검토하고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와 시민 모두를 위한 보건의료 환경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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