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 중단 촉구
의협ㆍ응급의학과ㆍ대전협, 기자회견..."응급의료 특성ㆍ의료현장 상황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출처 : 의약뉴스(http://www.newsmp.com)
[의약뉴스] 지난 5월 대구에서 10대 외상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한 사건을 두고 경찰이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피의자로 조사하자 의료계가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3일 의협회관에서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대한민국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응급의학회 김원영 정책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이 참석했다.
▲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3일 의협회관에서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대한민국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전공의는 지난 3월 낙상으로 실려 온 10대 청소년에 대해 혈압과 맥박수 등 생체징후를 확인했으며, 시진과 문진을 통해 환자가 정신적 응급 상태라고 판단,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를 받아 전원 조치했다.
외적으로는 발목 외상은 경증인 데 비해 정신적 조치가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 보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 전원토록 안내한 것.
의료계에 따르면, 청소년 자해ㆍ자살은 재기도 가능성과 재기도 시 성공률이 상당히 높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구파티마병원은 휴일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재로 진료를 하지 못하는 데다 정신과 입원 병동을 운영하지 않아 자해ㆍ자살 시도와 같은 정신과적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입구에서 접수 및 수용을 거부한 병원의 의료진은 불기소로 마무리되고 있음에도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만 경찰에서 기소 심의 단계로 넘어갔다.
이는 그가 환자를 첫 번째로 진료한 의료진이고, 병원에서 접수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전공의를 피의자로 불러 수사하고 있는 대구북부경찰서를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 6월 23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직접 대구북부병경찰서에 방문,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의협 역시, 지난달 29일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대구파티마병원을 방문해 해당 전공의를 위로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협, 응급의학회, 응급의학의사회, 대전협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이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그 원인을 잘못 진단해 개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대처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응급의학회 김원영 정책이사는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소위 빅5라 불리는 대학병원에서조차 전국에서 환자가 몰리는 바람에 응급실 병상이 모자라다는 현실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대구와 같은 응급의료 문제가 발생한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응급실 과밀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중증환자를 담당하고 치료해야 할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실에 걸어 들어오는 경증환자로 넘쳐나고 있어, 정작 당장 응급의료나 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해당 전문과목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의 이송이 중요한데 현재 이러한 적정 이송시스템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는 현실적 여건 상 응급환자에게 배후진료나 최종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김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응급의료를 제공하더라도 의료인이 민ㆍ형사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의 제도적 문제와 법적 미비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역시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지적됐던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책임을 한 명의 전공의에게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고, 시스템의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개인의 대처 문제로 몰아가고 치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부적절하고 부당한 조치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응급의료 현장에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응급의료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의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의 붕괴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과중한 업무, 낮은 보상, 법적책임 부담 등으로 의료인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해 필수의료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선의의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해 책임소재 추궁, 피의자 조사, 형사처벌 등이 뒤따른다면 의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공의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응급의료 기피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의료진이 의료시스템과 현실적 여건에 따라 적법하게 응급상황에 대처했음에도, 결과만 놓고 의료진의 사소한 과오까지 따지고 경찰 조사까지 받게 하는 것은 의료진을 의료현장에서 떠나도록 내모는 일”이라고 지적다.
이어 “무너져가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와 필수의료체계를 다시 세우고 응급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들이 안심하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소신껏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정부와 국회에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들의 법적 부담을 해소시켜 불필요한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지역완결적 최종치료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과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증응급환자가 더 많은 치료의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응급의료 전달체계의 합리적 개편과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 등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행태의 개선이 시급하다”며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과 관련해 의료현장과 정부의 대책 간에 괴리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정책수립에 있어서 의료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로 인해 환자가 적시적소에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다 함께 힘을 모아 응급의료를 비롯한 필수의료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강력한 개선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수사기관에는 응급의료의 특성과 의료현장의 상황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당부했다.
이 회장은 “한번 붕괴된 의료체계를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긴 시간과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며 “질책과 책임전가보다는 꺼져가는 응급의료와 필수의료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의 강력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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