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구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진 10대 사건과 관련해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A씨가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응급의료법 제48조2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숨진 10대가 대구파티마병원에 최초 도착했을 때 중증도가 높지 않다고 봤고, 정신과 진료가 필요해 보여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했다. 의료계에서는 응급의학과 전공의의 경찰 조사를 계기로 필수의료 이탈이 응급실까지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의학과에서는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 대해 5단계로 이뤄진 응급환자(KTAS)에 따라 나누고, 필요한 다른 진료과목과 업무 범위를 나누는 역할을 한다. 응급실이 과밀하거나 병원에 당장 치료받아야 할 필수과의 담당 의사가 없다면 전원시켜야 한다. 응급실에선 만성질환 등 경증 질환 환자가 넘쳐나고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받아야 할 필수과 담당 의사는 줄어들고 있다. 생명이 위독한 중증 환자를 전원시켜야 할 일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대부분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이런 문제에 직면해 있을 것"이라며 "응급실 뺑뺑이는 여기에 응급이송 시스템 부재가 낳은 결과이지 의사 개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수도권 B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응급실 내원 환자 50%는 다른 과 진료가 필요하다. 이 센터 관계자는 "필수과 기피 현상으로 타 진료과가 제기능을 잃어 응급실에서 환자 전원을 요청하는 횟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이럴 때마다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현상이 반복되면 응급의료에 대한 기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85%(158명 중 134명)로 미달이 발생했지만 소아청소년과(26%) 등 기피과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의사 처벌로 기울다보면 뚝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대한응급의학의사회·대한전공의협의회는 3일 기자회견에서 응급실 뺑뺑이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과 충분한 보상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 ▲의료 현장 의견 반영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응급의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파고들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개원가로 나가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 중환자실에서 매일 심폐소생술을 하는 고된 일을 하다, 개원가로 나가 난도가 낮은 비급여 시술을 하고 급여까지 더 받아 만족한다는 응급의학과 출신 의사가 지금도 있다"며 "전공의에 대한 처벌까지 이어진다면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마저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