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의사 감소 불똥 응급실로 튀었다?
응급의학과 수련과정 ‘소아진료’ 강화 필요성 제기 소아응급진료 인력자원 부족…"장단기 해결책 모색" ‘도떼기시장’ 같은 응급실…“의료 문화 개선 노력도”
응급실 내 소아환자 진료를 맡아 오던 소아청소년과 의사 인력감소로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
소아청소년과 의사 감소로 인한 소아의료 인프라 붕괴 불똥이 응급실로 번졌다. 응급실 내 소아환자 진료를 맡아 오던 소청과 전공의 등 인력감소로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응급의학과 수련과정에서 소아진료 영역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전국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수련과정에 소아진료 영역이 포함돼 있는 곳은 절반이 채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응급실 중증소아진료 공백에 대한 정책적 대안 마련’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응급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중증소아환자 진료를 위한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김도균 교수는 “국내에 응급의학과가 생긴 지 30년쯤 됐는데 그간 소청과 의료진에 많이 의존해 왔다"며 "소청과 전공의가 줄면서 짧은 시간 안에 그 책임이 응급의학과 의료진에게 넘어오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이 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당장 소아에 대한 지식이나 술기 경험이 부족한 응급의학과에서 소아환자를 보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소청과 전문의를 고용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며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응급의학과 의료진 교육과 배후 진료 자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응급의학과에서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응급의학과에서도 어느 정도 볼 수 있도록 배우고 훈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응급의학과 내 소아진료 노출이 많아지도록 학회 내 노력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응급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중증소아환자 진료를 위한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청년의사).
더욱이 지금처럼 소청과 전공의가 현저히 부족한 비정상적인 인력구조 상황에서는 중증소아응급환자 치료를 위해 응급의학과와 소청과 협진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인력을 분산하기보다 한데 모아 중증소아환자를 치료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지금 자원이 없는데 배치를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12곳 중 배후 진료 능력이 안 되는 곳이 절반에 가깝다. 어린이공공진료센터가 서로 매칭 되도록 자원을 모아야 한다. 중증소아환자들이 모여 진료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의료 인프라 붕괴 상황에서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김 교수는 “내년은 더 막막하다. 소청과 전공의가 있던 병원들도 내년에는 없어질 예정이다. 정부는 대책을 갖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 달라는 이야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법적 책임만 강요한) 채찍만 휘두르는 모양새다. 응급의학과와 소청과 너무 힘들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보라매병원 정진희 응급의학과장은 “응급의학과 수련 과정에서 (소아진료) 수련을 받은 이들은 부담이 덜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소아진료를 보게 되면 패닉이 온다”며 “지난 2012년 기준 소아진료 수련을 하지 않는 곳이 전체 수련병원의 40%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늘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저수가로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때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발빠르게 지원했던 것처럼 취약 분야에 대한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보다 지역센터 역할이 중요하다. 충분한 소아진료가 가능하도록 진료지원체계, 교육 프로그램 등이 확산돼서 진료 부담을 덜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 과장은 “단기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되도록 정부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도떼기시장’ 같은 응급실…“의료 문화 바꾸기 위한 노력해야”
응급의료 현장 의료진은 119 구급차를 택시 타듯 이용하고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도 ‘야간 의료기관’ 쯤으로 인식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한 소아환자 중 10명 중 3명은 경증이었다.
응급의학의사회 김태훈 정책이사는 “소아응급실은 밤 9시가 넘으면 하나 둘씩 환자가 는다. 낮에 동네 병원을 다녀왔냐고 물으면 60%는 괜찮아지길 기다렸다고 한다”며 “불안감에 응급실을 찾거나 심지어 대학병원 응급실에 수액 맞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경증임에도 119 구급차를 타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도균 교수는 “소아응급 관련 인력자원이 줄어든 지금 상황에서는 경증환자 응급실 방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119 상담도 강화하고 무엇보다 119가 현장 출동해서도 이송 안 하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상급병원에서 경증환아가 오면 다른 곳으로 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