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박리 놓친 의사 징역형은 응급의료 ‘사망선언’
응급의학과의사회 “전문의 응급실 이탈 증가로 응급의료체계 운영 불가능해질 것
【후생신보】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응급의학과 의사 A씨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자 응급의학과의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판결은 응급의료에 대한 사망선고이며 필수의료 붕괴를 더욱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7일 의사 A씨가 2014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전공의로 근무할 당시 대동맥박리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 이어 환자가 내원 당시 흉부 CT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환자의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2심 판결에 대해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응급의료 사망 선언’이자 ‘필수의료 붕괴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응급의료현장 이탈이 더욱 늘어나고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정상적인 응급의료체계 운영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는 17일 응급의학 전공의 업무상과실치상 형사판결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려면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회피할 수 있었는데 이를 예견 또는 회피하지 못한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응급실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방문하는 곳이며 당연히 향후 경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응급진단과 최종진단은 다를 수도 있는 것으로 응급실에서 완전무결한 최종진단을 하지 못했다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응급의학과 자체가 존재의 의미가 없다”며 “2,500명 응급의학 전문의들과 460명의 전공의들은 모두가 범죄자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앞으로 흉통환자는 무조건 흉부CT 촬영을 하고 입원해야할 것이며 대동맥박리를 수술할 수 없는 병원은 흉통환자의 응급실 수용을 당연히 거부해야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모든 흉통환자에 대한 CT촬영 지침을 시행해야 할 것이며 이를 삭감할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번 판결은 단순한 전공의 1년차에 대한 잘잘못이 아닌 응급의료에 대한 사망선언이며 필수의료의 붕괴를 더욱 앞당기게 될 것”이라며 “응급실의 수용거부는 더욱 심해지고 향후 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떠돌다가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이같은 판결을 내린 사법당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응급의료현장 이탈이 더욱 늘어나고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향후 정상적인 응급의료체계의 운영 또한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응급의료를 소생시키기 위해 ▲책임지지도 않을 무조건적인 응급환자수용 강제 법안을 즉각 철회하고 ▲응급환자진료에 대한 개인의 형사책임 감면과 국가 책임보험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이와함께 응급의학과의사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응급의료전달체계 및 응급실 수용거부금지 논의에서 법적 책임에 대한 문제해결 없이는 더 이상의 논의가 의미 없다고 판단해 논의체 위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사건의 심각성과 위험성에 대해 수차례 경고했으며 전문의들의 서명과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같은 판결은 위기의 응급의료를 더욱 위축시키고 향후 크나큰 문제들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