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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 2기 출사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2기 출사표]

(2023. 10. 31)

 

응급의학전문의, 전공의 선생님들께 드리는 글

 

존경하는 선후배, 동료, 응급의학전문의, 전공의 선생님들께 인사드립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이형민입니다.

 

응급의학과가 반드시 필요한 필수의료라고 하는 것은 전 국민이 동의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이른바 “필수의료”논의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이미 응급의학과는 필수의료였고, 실제로 우리는 지난 30년간 응급의료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기나긴 코로나의 터널 속에서도 응급실은 감염병 환자의 최선선에서 국난극복의 일등공신으로 부족한 인프라와 인력 속에서도 맡은 바 책임을 완수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증질환 사망률, 예방가능 사망률 등의 치료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상급병원의 응급실에서 전문의 진료와 각 전문과 진료를 말도 안 되는 저렴함 비용으로 빠르게 제공받는 기적에 가까운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응급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창립에서 지금까지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응급의료현장을 지켜온 우리 모두의 노력과 희생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우리는 부족한 응급의료인프라와 열악한 환경, 과도한 업무강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응급의료현장을 지켜 왔고, 결국은 세계에 자랑할만한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 냈기에 이에 걸맞은 명예와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말뿐인 감사는 고사하고 현장을 모르는 외부인들이 응급의료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현장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여러 법안과 정책들로 인하여 응급의학과를 둘러싼 여러 주변환경들은 마치 중환자가 나빠지듯이 너무나 급격하게 무너져 내려가고 있습니다. 응급실 환자에게 최종진단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배상과 실형선고라는 어이없는 판결을 내리고, 최종치료의 인프라 부족으로 수용이 곤란한 환자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행정처분을 내리며, 앞으로 이를 거부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법을 개정하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공공의료와 취약지 응급의료인력을 늘리겠다며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응급실 폭력과 효과없는 대응책의 반복, 코로나 판데믹 동안 아무런 대책없이 모든 발열, 감염환자에 대한 책임을 응급실 현장으로 던져버리는 무책임한 조치들, 더 나아가 수용의 거절이 마치 환자를 보기 싫어하는 응급실의 잘못으로 만들어버린 수용거부 금지법에 이르러서는 현장 의료진들의 참을성의 한계를 초과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여러 누적된 악재들로 응급의학과의 지원율은 10년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왔고 이제는 80%를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였습니다. 전체 1년차 전공의의 10%가량이 수련을 중도에 포기하며 이는 미국의 1% 10배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응급실에서 일해야 할 전문의들이 개업으로 진로를 변경하고 있습니다. 과거 응급의학 전문의로 개원하는 것이 극히 일부였던 시절을 지나 개업이 응급실의 탈출전략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지난 몇 년은 상당히 많은 전문의들이 개원에 뛰어들게 되고 앞으로도 그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입니다. 개업이 목적인 다른 전문과들과는 달리 응급의학과의 개업은 응급실 근무에 대한 실망과 연령증가에 따른 탈출전략의 일환이며, 이는 바꿔 말하자면 응급실의 근로환경과 처우가 적절했다면 개원하는 증가세가 이렇게 가파르게 증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더구나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마치 돈을 더 벌 욕심에 필수의료를 버리고 고수익을 위한 개원으로 빠지고 있다는 식의 정부와 언론의 여론몰이 입니다.

 

“응급의학전문의들이 응급실을 떠나는 것은 정부와 사법부, 이에 동조하는 언론 때문입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의 탄생>

봉직의들의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봉직의 협의회는 의사회의 모태이자 전신입니다. 봉직의 카페를 기반으로 다른 의사회에서 유래가 없는 전국단위 취업박람회, 전문의총조사 등을 시행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구인구직 게시판을 만들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러 병원들의 부적절한 인건비 단합과 병원장들의 횡포를 막아내고 전반적 급여상승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전체 응급의학 전문의 중 70% 이상이 봉직의카페 회원이었고 모두의 삶과 근무, 생활방식이 비슷한 시절로 여기까지는 응급의학과가 동질성의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과거 대학교수 아니면 봉직의라는 단순한 구성에서 교수 내부로도 임상교수, 촉탁의라는 직군이 생겨나고 봉직의들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대학교수의 숫자를 초과하며 응급의학과 개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직종이 늘어나게 되면서 다양성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이 늘어나고 요구사항도 복잡다양해지며 과거에 대학병원, 대형병원 위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던 정책들은 봉직의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았고, 교육수련병원에 필요한 연구나 교육 등은 봉직의들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필요한 처우개선, 환경개선은 외면하고 현장의 의견들이 무시되며 봉직의들의 소외감과 불만은 차츰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2020년 전공의 파업에 대학교수들의 미지근한 반응들과 당시 대통령선거와 맞물려서 필수의료 논의가 시작되었을 때 당연히 함께 들어가야 할 필수의료 협의체에 가입을 주저하는 학회의 모습은 봉직의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결정적으로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봉직의들이 대부분인 지역응급의료기관의 몰락을 가져올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이르러서는 단순한 실망과 좌절을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인식이 더 이상은 단순한 협의체가 아니라 우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단체로서 필요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전문의가 되고부터 지속적으로 근무환경과 처우에 불만이 있었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개인적은 많은 노력을 해 봤지만 병원이나 체계는 절대로 바뀌지 않았었습니다. 결국은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역량을 모아 바꿔나가야 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1기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의 주요활동>

공식적인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인증이 필요했습니다. 창립을 마친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대한개원의협의회에 가입신청을 접수하였고 2021 11월 정식으로 회원 의사회로 승인되었습니다. 이러한 공식적인 자리매김은 대외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승인과 동시에 공식적인 직함이 생기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1) 대한의사협회 대의원(의사회장1) 2)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 3) 보험수가, 상대가치위원회 위원 등이 있습니다.

 

의사협회의 대의원은 180여명으로 구성된 의사단체의 최고결정기구입니다. 주요 현안에 대한 투표권, 회장 또는 임원진의 불신임안, 파업이나 투쟁에 대한 결정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많은 신생학회들과 단체들도 이 대의원에 들어가고 자격유지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은 대개협의 상임이사회원 자격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투표권과 의결권이 있습니다. 수가협상과 대개협의 주요회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게 됩니다. 보험수가위원은 각 전문과마다 2자리(학회와 의사회)를 배정받게 되는데 과거 응급의학의사회가 없었던 시절에는 학회 보험이사 1인만 참석하여 비어있는 공석을 일부 다른 과에서 가져가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의 도움으로 빠르게 공식단체로 인증되었고 여러 응급의료와 관련한 현안문제들에 대표적인 전문가집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대외적인 활동으로 연간 5-6회의 기자회견과 다양한 성명서, 언론보도자료를 통한 대외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수용거부에 대한 법률안, 응급실폭력, 코로나 대응정책, 필수의료, 응급의료전달체계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하여 빠른 대응과 적절한 설명으로 언론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게 되었고, 현재는 200여 명의 주요 언론사 기자들을 통하여 우리의 의견을 한나절 안에 적절하게 전파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였습니다(의사회 관련기사 연간 1000여건). 법률안이 올라왔을 때 전문단체 의견조회는 법이 통과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계로, 실제로 이 단계에서 해당 전문가단체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경우는 법률 자체가 재고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전까지는 대체 어떤 법이 발의되고 진행되는지 몰랐었다면 지금은 최소한 어떤 국회의원이 어떤 의도로 어떤 법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학과의 대표 자격으로 매달 2-3차례 상임이사회, 회장단회의, 기타 논의체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전문단체 자격으로 코로나대책위원회, 응급의료전달체계 TFT, 필수의료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우리의 의견을 적절하게 제시하였습니다. 의사협회와 공조하여 간호법반대, 면허취소법 반대 등에 동조하고 참여하고 있으며 대한개원의협의회 춘,추계 학술대회 및 지방순회세미나에 위원과 강사로 참여하여 응급의학과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하였습니다.

 

대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회원을 보호하고자 성금모금과 서명운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응급실 폭력피해를 입은 회원을 위하여 청원서를 제출하였고, 수용거부로 응급의료법 위반 기소위기의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하여 경찰서에 항의방문을 하였습니다. 회원들의 주된 관심사인 개원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을 위하여 개원심포지엄을 개최하였고, “자랑스러운 응급의학과” “다시 응급의학과”라는 주제로 2차례의 학술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하였습니다. 4년차 예비전문의들인 전공의들을 위하여 예비취업조사, 전문의시험 대비 보드리뷰코스를 기획 운영하였고 취업을 원하는 전공의들을 실제 구인병원들과 연결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 조직력이 부족하고 시행착오들도 있었지만, 1기 의사회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의사회를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이었고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1주년에 700명의 회원(준회원기준)을 돌파하였고, 2주년에 850명의 회원이 의사회 홈페이지에 가입해 주셨습니다. 비록 평생회원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지만 조만간 더 많은 선생님들께서 평생회원으로 가입하실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1기 의사회의 명암>

봉직의카페 사전조사에서 단체가 결성될 경우 유료회원으로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이 300여명이었지만 실제로 응급의학의사회 창립 당시 발기인 참여자는 100여명이었고, 현재까지도 평생회원은 120여명에 불과합니다. 가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현재도 봉직의카페에서 본인들이 필요한 구인구직정보를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내고 의사회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근본적으로는 양질의 회원서비스와 컨텐츠 개발이 필요하겠지만, 의사회의 본질이 수익창출을 위한 회원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기대수준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의사회 가입의 필요성을 회원들에게 홍보하고 알리는 활동이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응급의학 전공의 1년차의 대동맥박리 오진사건은 응급의학 전문의라면 누구나 분노하고 공감할 내용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대한 서명운동에는 단 250여명만 참여하였습니다. 어지간한 카페 게시글이 1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에 비교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참여율로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전문의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1기 의사회의 임원진들은 자원하여 참여해주신 분들입니다. 다른 풍족한 의사회들과 달리 회장포함 모든 임원진들에게 지난 2년동안 활동비를 전혀 지급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이사들은 단 한 번의 불평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초과수행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운영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당장 2기 의사회 출범을 위한 인선작업에도 아는 인맥을 통하여 무료봉사를 부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직도 섭외이사, 정보이사, 보험이사는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회무운영을 위한 재정계획과 수익모델 개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안정적인 회무를 위해서는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 사무실과 사무원이 없어서 현재 대부분의 사무와 문서, 공문, 연락 등의 작업을 이사 개인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사회 창립 당시 학회는 우리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단일조직 독점체계에서 경쟁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회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학회가 참여했던 정책들에 대한 의사회의 비판 역시 부담스러워 했었고, 언론에 노출되는 의사회의 발언이 학회의 의도와 다르게 느껴졌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의사회 설립 초창기에 다양한 압력과 회유들이 있었습니다. 의사회를 학회 산하로 두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만 적절하지 않은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1기 의사회는 응급의학회와 친밀한 협력이나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매우 적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과들은 유기적인 협력속에서 학회와 의사회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 담당하는 분야를 적절하게 배분하여 협력의 시너지를 이뤄냅니다. 학회란 기본적으로 교육, 수련, 연구를 중심으로 성취를 이뤄야 하는 단체이고, 의사회는 기본적으로 회원들의 권익보호와 처우개선 활동을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줄 때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서로 반목한다면 정부나 외부세력은 외부세력은 이 분열을 이용하여 필요에 따라 본인들이 원하는 파트너를 선정하는 각개격파에 이용될 것입니다.

 

“의사회는 학회를 반대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닙니다. 잘못된 정책에는 목소리를 내겠지만 기본적으로 학회와 협력하여 응급의학과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워킹그룹(Working Group)과 급성기클리닉(Urgent Care Clinic)>

2가지 컨셉은 개인의 신념임과 동시에 많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동의하는 현재의 경직된 응급의료체계의 취업시장을 유연하게 바꿔줄 중요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시행 과정에서 여러 오해들과 반대의 의견들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모든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당연히 그룹으로 일합니다. 혼자서 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그룹은 정해진 시간, 정해진 급여, 정해진 근무강도를 구성원이 동일하게 수행하는 매우 경직된 그룹입니다. 이러한 경직된 그룹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불가능합니다.

1) 더 벌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주는 병원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

2) 나이가 들며 일을 줄이고 싶은데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3)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싶은데 그런 곳이 없다

4) 2개 이상의 병원에서 일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5) 사람을 구하고 운영하는데 엄청나게 스트레스가 크다

 

세계에서 제일 많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있는 미국에서는 전체 응급의학 전문의 중 60% 정도가 워킹그룹에 속해서 일을 하고 있고, 초창기의 기업형 그룹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현재는 대부분 자발적인 소그룹(Democratic Group)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이 그룹 안에서 더 벌고 싶으면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덜 일하고 싶으면 덜 일하게 해주면서 나이가 들면(오래 기여하면) 수익의 일부를 연금으로 제공하며 개인의 미래에 대한 부담까지 덜어주는 형태로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개업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욕구 자체가 줄어들고 대부분의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은퇴할 때까지 심지어 70대가 되더라도 워킹그룹을 통하여 본인의 체력에 따라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형 워킹그룹이 가능하려면 여러 규제와 법률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전담전문의 제도와 응급의료기관 평가의 문제입니다. 대학교수의 경우 지도전문의 규정에 저촉되는지도 봐야 합니다. 여기에 대하여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담전문의 규정 때문에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취직자리와 급여가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복수근무가 가능하게 하는 전담전문의 규정완화나 폐지에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파트타임을 고용하게 되면 저렴하게 쉽게 응급의학 전문의를 구할테니 급여가 떨어질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다양한 모델들에 대한 내부적인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현재의 경직된 고용형태는 장기적으로 응급의학과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러한 형태는 일부 젊은 봉직의들에게는 긍정적입니다. 연차에 따른 차별없이 신규전문의라 하더라도 동일한 시간, 동일한 임금, 동일한 강도의 노동제공이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물리적으로 힘들어지고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다른 전문과와 달리 경력에 따른 임금상승이 정해져 있지 않고 오히려 야간당직의 어려움이 가중되어 근무의 연속성이나 신규구직이 쉽지 않습니다. 나이든 전문의가 많아지고 응급의학과 자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이러한 시니어 전문의들의 일자리라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대안은 취업시장의 유연화라고 생각합니다.

 

급성기 클리닉(UCC)는 다양한 일차진료(경증응급질환)을 응급의학 전문의가 개인의원에서 제공한다는 컨셉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론적으로는 동의를 얻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낮은 수가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겨낼 대안이 필요합니다. 물론 요양병원처럼 비교적 저강도의 개원도 있을 수 있고 통증이나 미용과 같이 단가를 높여서 강도를 줄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급성기 클리닉의 경우 낮은 수가와 긴 진료시간, 높은 진료강도에 따른 물리적인 한계로 오랜 기간 지속가능하기 어려워 이에 대한 다양한 대체수익모델을 고민하게 됩니다. 현재 게시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실손보험을 이용한 대체수익모델들은 당연히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근본적으로 경증응급환자의 “적절한 숫자”만 진료해도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개업모델이 필요합니다. 결국은 우리 스스로 적절한 숫자와 충분한 수익에 대한 컨센서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워킹그룹에 대한 의사회의 제안은 먼저 가장 기본적인 초기형태나 시범사업으로 전담전문의를 구하기 어려운 취약지에 응급의학 전문의 팀이 파트타임 혹은 일부 시간을 돌아가며 일하는 방식으로 시범운영해 보는 것입니다. 여기의 전제조건은 적절한 시간당 급여, 취약지 한정 전담전문의 예외, 참여하는 전문의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같은 것들입니다.

 

급성기 클리닉에 대한 의사회의 제안은, 경증응급환자의 분산과 과밀화 해소의 명분으로 응급의료기관에 해당하는 응급의료관리료 정도의 보상을 확보하는 방안입니다. 현재 달빛어린이병원에 지급되는 가산수가, 지자체에서 제공되는 여러 특전들이 급성기 클리닉을 운영하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도록 각종 창구를 통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책적인 추진방향들은 의사회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서 진행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접근할 문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2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미션과 비전>

향후 2년간의 의사회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응급의학과의 자존심 회복”입니다. 응급의학 전문의가 본인의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며 응급의료 현장에서 누구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힘들고 위험한 기피과와 낙수과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진정한 존재의 의미와 전문성을 인정받는 응급의료 전문가 단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가장 먼저, 응급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법적 안정성과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협회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불가피한 의료사고 국가배상 책임제나 필수의료에 대한 책임보험과 같은 정책개발과 시행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또한 추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의료사고 배상공제의 응급실 근무자 단체가입과 같은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하여, 필수의료라는 명분아래 응급의료 종사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여러 법률안과 제도 등에 대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겠습니다. 응급의료는 공적인 영역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유관단체들과 기관들이 본인들의 이익에 맞추어 마음대로 조절하고 책임은 외면하고 이득이 되는 부분만 가져가려 합니다. 그렇기에 현장의 전문가인 응급의학과를 패스하고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개발과 법률개정안들이 만들어지고 단체의 힘으로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의 경험을 볼 때, 힘을 모아 대응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었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힘을 합쳐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향후에도 이런 잘못된 관행들을 저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회원들과 의사소통을 확대하고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봉직의카페와 단톡방, 카카오채널, 공식유튜브 등을 통하여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만, 보다 많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실시간으로 적절한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 채널을 다양화하겠습니다. 또한 회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활동과 연구사업들을 개발하고 공지하여, 단지 수동적인 참여만이 아닌 의사회 활동과 의료정책개발, 연구 등에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응급의학회와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습니다. 다양한 협력사업들과 공동대응을 통하여 응급의학과의 발전을 저해하고 전문성을 침해하는 외부의 시도들에 대하여 단호하게 대처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응급의학 전문의로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도록 힘을 합쳐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맺음말>

존경하는 응급의학 전문의, 전공의 선생님, 우리 의사회에 힘을 보태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회원 중 누가 부당하고 억울한 법적 위기에 처한다면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한마음으로 일치단결하여 서명장을 작성하고 적극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주장한다면 양형과 판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잘못된 법률안의 입법이나 개정에 초기에 강력하게 개입하여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면 막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단결된 모습만이 정부와 유관기관들에 가장 강력한 메시지일 것이며 우리의 전문성을 지켜낼 수 있는 최종병기가 될 것입니다.

 

응급의료 정책개발과 법률개정, 의료개혁과 발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습니다. 응급의료의 전문가 단체로서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고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현장에 맞는 적절한 조치들이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비전문가들과 일부 한 쪽에 치우친 인사들이 만들어내던 응급의료정책을 현장의 응급의학전문의들 손에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전에 비해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직역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대학교수나 봉직의, 개원의들의 경계가 차츰 무너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인생설계에 맞추어 보다 쉽게 직역간 이동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지난 2년간의 응급의학의사회의 행보가 모두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분명히 모든 회원들의 다양한 요구사항들을 모두 담아 내기에는 우리 의사회가 아직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금 더 많은 회원들이 마음과 힘을 합쳐서 대응한다면 의료계의 그 어떤 조직보다도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의사회와 함께 응급의학 전문의로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함께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새롭게 시작할 2기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 여러 선생님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 관심을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20231031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이형민

총무이사 김지훈

정책이사 김태훈

기획이사 최일국

홍보이사 김근수

법제이사 배현아

대외협력이사 이의선

보험이사 김현송, 송진우, 이기호

감사 김철, 김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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