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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면책범위 넓히고, 보상 왜곡하는 비급여 진료 억제해야”

‘필수·지역의료’ 해법은… (下) 의대 증원 뒤 바이털 유입 과제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최일선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바이털(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의사들은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해서 예비 의사들이 바이털 분야로 들어와야 지역과 필수의료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의대 증원 후 의사들이 바이털로 오는 필수조건으로 의료계 보상 체계를 왜곡하고 과잉 진료를 유발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건강보험 미적용)의 법적 통제를 꼽았다. 이들은 또 응급 상황이 많은 필수의료 현장에 소신 진료를 펼칠 수 있도록 의사 면책 범위를 넓히고,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인상 외에 지원책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는 2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국 응급의료센터 400곳 중 100곳은 적자”라며 “경증 환자가 응급실에 오지 않으면 문을 닫을 정도인데 그러면 중증 환자 치료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연간 응급실 이용 환자 1000만 명 중 50%는 경증이다. 이 교수는 “응급실은 비어 있으므로 기능하는 곳이지 수가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다”라며 “중증 응급환자만 진료해도 운영될 수 있도록 시설, 장비, 의료진 등에 과감하게 지원해달라”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왜곡 운영되는 실손보험 탓에 급성장한 비급여 진료가 바이털 의사들이 개원가로 이탈하는 요인이 되면서 결국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초래했다”며 “의대 증원 후 의사들이 바이털로 오게 하려면 비급여와 실손보험에 대한 전면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할 때 비급여 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지역별로 진료과목당 동네 병원 수를 제한하는 ‘개원의 총량제’를 통해 진료과별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천 교수는 “‘비급여 진료비 보고제도’를 서둘러 시행해 치솟는 비급여 진료비에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며 “비급여와 실손보험으로 국민들이 과잉 진료와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피해 보는 것을 줄일 수 있도록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바이털 수가를 건강보험으로 묶어두고 수십 년째 원가 대비 보상을 하지 않아 바이털은 병원 집행부와 의사들에게 기피과가 됐고, 비급여 진료과는 상종가”라며 “대학병원 의사들이 경제적 보상 등 대우도 제대로 받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다면 의대생들은 바이털로 당연히 온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가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바이털 수가 개발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바이털 진료 결과는 실패 위험도 높을 수밖에 없고, 의료진 노력도 많이 투입되는데 새로운 의료행위나 치료법에 대한 수가를 만들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예비 의사들이 미래를 꿈꾸면서 소아과와 소아혈액종양과 등 바이털 분야로 올 수 있도록 종합병원 이상급 의료기관의 일자리도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익성 가톨릭대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대한뇌혈관외과학회장)는 “뇌출혈 등 응급 상황이 많은 바이털에서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치료 조치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며 “치료 과정을 보지 않은 채 사망과 장애 등 결과만을 놓고 형사 처벌하면 ‘소신 진료’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방어 진료’만 하다가 환자를 놓치지 않도록 의료 분쟁의 면책 범위를 넓혀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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