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공의 모집 기피과 가산정책 효과 거둘까
소청과·산부인과 수가 가산 등 필수의료 대책 잇달아...기대감 공존 소아과의사회 실효성 의문 제기...법적리스크 완화, 보장 체계 개편 등 추가 개선 요구도
[의학신문·일간보사=유은제‧정광성 기자] 지난 4일부터 2024년도 전공의 모집을 시작한 가운데 예년의 필수의료에 대한 기피현상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선 정부가 필수의료 개선을 위해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가산 수가 등 다양한 개선책들을 내놓고 있는 만큼 기피현상 타개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09년 정부는 전공의 지원율이 저조한 외과‧흉부외과의 인력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흉부외과는 201개의 처치·수술 의료행위에 100%를, 외과는 322개 처치·수술 의료행위에 대해 30%를 가산하는 전문의 수가 가산제를 시행했으며, 2018년에는 수련병원 지원 실적 서류 제출 시 외과‧흉부외과 진료과장의 확인서명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연초부터 △필수의료 지원대책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등 필수의료 관련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필수의료 지원대책으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공의 연속근무(36시간) 개선, 의료사고 부담감 완화를 위한 법적 구제방안 검토 등을 약속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권역 및 전문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에서 실시하는 중증응급 수술‧시술 ‘응급가산’ 적용 및 대동맥박리수술 등 흉부외과 수가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하는 ‘중증응급 수술 가산 및 흉부외과 수술수가 개선’에 대해 의결한 바 있다.
주요 필수의료과 최근 3년간 지원자 없는 병원도
전국 수련병원 중 19개 병원 필수의료 5개 과 전공의 지원 현황(자료: 의학신문)
의학신문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수련병원의 전공의 모집현황을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주요 필수의료과에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은 병원이 대부분으로, 빅5 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먼저 소아청소년과 2021년~2023년 전공의 모집현황을 살펴보면,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2021년 14명 모집, 3명 지원 △2022년 10명 모집, 2명 지원 △2023년 11명 모집 지원자 0명을 기록했다.
서울대병원도 △2021년 16명 모집, 14명 지원 △2022년 16명 모집, 13명 지원 △2023년 14명 모집, 10명 지원 등 지원자 미달 현상이 나타났으며, 삼성서울병원은 2021년 6명 모집 중 7명이 지원했으나, △2022년 6명 모집, 5명 지원 △2023년 8명 모집, 3명 지원 등으로 전공의 지원 미달 문제를 피해 가지 못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세브란스병원은 2021년 5명 모집에 2명 지원했으나, 2022년‧2023년에는 지원자가 없었고, 서울대병원의 경우 2021년‧2022년 모집정원을 다 채웠지만, 2023년에는 4명 모집에 1명만이 지원했다.
2021-2023년 필수의료 5개과 전공의 서울 5개 병원 모집 현황(자료: 의학신문)
빅5를 제외한 수도권 수련병원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소청과의 경우 △인하대병원 △중앙대병원 등이 흉부외과는 △고대의료원 △순천향대서울병원 △한양대병원 등이 2023년 전공의 모집 지원자가 전무했으며, 심지어 △가천대길병원 △경희의료원 △중앙대병원은 두 개과 모두 지원자가 없었다.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부산대병원은 2023년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 모두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했다. 충북대병원도 흉부외과‧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 0%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전남대병원과 충남대병원은 2023년 소아청소년과 각각 4명의 모집정원 중 1명만 지원했으며, 전북대병원‧충북대병원은 3명을 모집했지만 각각 1명의 전공의만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공개한 2023년 하반기 과목별 전공의 지원율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모집에서 재활의학과 385.7%, 정형외과 355.6%, 성형외과 320%, 피부과 200%의 지원율을 기록해 인기 과목으로 전공의 지원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10월 정부는 추가적으로 필수의료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분만수가 개선에 2600억 원, 소아진료 정책 가산을 신설해 3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부인과는 분만 건당 55만 원~110만 원까지 인상되며, 소아청소년과는 초진 시 3500~7000원이 가산되며, 지역에 따른 의료자원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대도시를 제외한 전 지역의 의료기관에 분만 건당 55만 원을 보상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산부인과 수가가산 환영 VS 소아청소년과 실효성 의문
이에 대해 당사자인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소아청소년과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지원 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복지부 정책수가 3500원을 평균 초진환자를 적용해 계산하면 대략 세후 월 40만 원을 더 버는 셈”이라며 “임금 인상률이나 고용인력의 월급은 알고 있는지, 사실상 양심도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임 회장에 따르면 일본은 소아 진찰료가 약 6만 원, 심지어 미국과 호주는 각각 약 27만 원, 29만 원에 달하며, 국내는 정부안의 수가를 더해도 1만8500원~2만2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와 격차가 낮은 일본도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 3세 미만 소아 초‧재진 진찰료를 성인의 5배까지 가산적용을 하고 있으며, 의원 200~500%, 종합병원 125~150%, 야간진료는 330~550% 가산을 적용했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6세 미만까지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그는 소청과 개원의들이 소아진료만으로 의료기관을 유지할 수 없어 노인질환 진료에 나서거나‧다른 과 봉직의 취업 등을 하는 상황에서 최소 일본 수준의 가산 수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택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소아진료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초진 수가 3500~7000원의 가산으로 소청과 전문인력 인프라를 유지하겠다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정부가 진정 소청과를 살리겠다면 심폐소생을 위해 최소 일본의 소아진찰료 수준까지 가산수가를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산부인과학회는 정부의 분만수가 인상을 산부인과가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추가적인 개선책이 더해진다면 오는 2025년 전공의 모집에서 미달사태는 벗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은 “자연분만 및 제왕절개 수가 인상은 지역의 분만의료기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며 “난도가 높은 분만에 대한 보상도 확대됐다. 이러한 정책들이 지역의 임산부와 태아‧신생아를 위해 단비와도 같은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와 더불어 의료분쟁제도 개선‧의료인 법적 리스크 완화와 추가적 개선책이 나온다면 오는 2025년 전공의 모집에서는 미달사태는 벗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정부의 분만수가 인상안이 나오기 전 대부분 인턴이 과를 선택한 만큼 △신생아 뇌성마비‧산모 사망 등의 정부지원책 △100-300병상 종합병원의 필수진료과 개설 의무화 △분만 취약지 개선 △임신관련 수가 개선 등의 추가 개선책이 있다면 2025년 전공의 모집에서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응급의학회‧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수가가산 전공의 지원 효과有
응급의학회‧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서도 이번 수가가산은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지난 2009년 외과‧흉부외과의 수가 가산 사례가 전공의 모집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대한심장혈관외과학회 김경환 이사장은 이번 수가 가산책이 전공의 지원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지난 2009년 외과‧흉부외과의 수가 가산 사례를 예로 들었다.
김경환 이사장에 따르면 2009년 수가 가산 이후 의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흉부외과에 지원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정부에서 수가를 가산한다는 행위 자체가 과를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한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러나 일부에서는 외과‧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으며, 몇몇 병원에서는 탄력 정원제를 이용해 패널티를 면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심장혈관흉부외과 현장 변화의 디테일을 모르는 것으로, 우수한 전공의의 지원은 물론,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이 매년 20명을 유지하는 점도 수가 가산으로 인한 효과며, 특히 올해 1년 차 전공의들이 65명 정원에 45명이 들어오는 등 전공의들도 변화를 느끼고 있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김경환 이사장은 “수가가 오르고, 가산금이 생기고 지원하는 것들이 분야에 관한 관심‧애정 국가 차원의 발전의지로 다가온다”며 “미달 과들이 현재 국가적으로 지원‧수가가 별로라고 해도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다고 하면 일부는 움직이게 된다. 그런 대책들이 문제가 일어나고 난 다음 나와서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응급의학회 최성혁 이사장도 수가 가산 효과에 동의했다. 다만 필수의료 분야 인력 확충을 위해 법적 리스크 완화와 보상체계 개편 등으로 중증질환을 다루는 의료진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성혁 이사장은 “투자가 있는데 효과가 없을 리 없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중요할 것”이라며 “단기적인 미봉책으로 원하는 만큼의 지원이 늘지 지켜봐야겠지만,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의사들과 소통을 통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질환별로 수가를 높이고, 무엇보다 의사들의 법적인 리스크를 해결해 줘야한다. 과실이 있는 것을 봐주라는 것이 아닌 불가항력‧과실이 없는 상황의 형사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의 수가 가산책의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율 상승효과에 대해 의료계의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추가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정부가 수용하고, 시행해 다음 2025년 전공의 모집에서는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지원 미달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출처 : 의학신문(http://www.bo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