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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속수무책 응급실…정부 ‘오미크론’ 대응책에 ‘휘청’

PCR 검사대기에 응급실 체류시간은 길어지고 부담 늘어
이형민 교수 “응급의료 시스템 불안정하고 지원 부족 사실”
‘과밀화’ 해결하려 ‘응급클리닉’ 실험 시작하는 응급의학의사회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내놓은 방역·의료체계 개편안을 바라보는 응급의료 현장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재택치료자를 위해 ‘코로나 전담 응급전용병상’ 등을 활용하고 공동격리자를 위한 응급실 내 ‘코호트 격리구역’ 등을 설치하겠다는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다.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응급실은 지난 2015년 메르스(MERS)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 후 응급실 진입 전부터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음압격리병실 지정기준이 마련됐지만 권역응급의료센터 내 격리병상은 3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개에 불과하다. 또한 일일 확진자가 수만명에 이르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이 같은 기준 때문에 ‘응급실 과밀화’가 더 악화됐다고 토로한다. 격리병상 포화로 응급실 의료진은 발열 등 호흡기증상 때문에 응급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응급실 밖으로 나가야 하고, 전원이 필요한 응급환자의 이송도 불가능해졌다.

신속항원검사를 중심으로 전환된 진단·검사체계도 응급실을 혼란스럽게 만든 원인으로 꼽혔다. 사방이 개방된 응급실 일반병상은 고작 1.5m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어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 결과만 믿고 섣불리 환자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인 경희대병원 이형민 교수는 지난 7일 서울시-나는의사다 코로나19 특별생방송 ‘코안심TV 시즌2, 오미크론 알면 이긴다’에 출연해 “(오미크론은) 전혀 예측이 안 된다. PCR 검사결과 음성이 나오지 않으면 입원이나 수술 등 다음 단계를 진행하지 못한다”며 “그만큼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응급실) 부담이 늘어나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수요에 비해 음압격리실이 부족하다. 환자가 차있으면 다음 환자를 받지 못하니 (응급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차량에서 대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밖에서 진료하는 경우도 있다”며 “또 하루에 30~40통의 (전원 요청) 전화가 오는데 요새는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년 동안 여러 가지 대책이 나왔지만 응급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들어본 적 없다”며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방법 자체가 틀린 방향은 아니지만 현실성이 있을까 의문이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라고 생각을 한다”고 했다.

오미크론 대응을 넘어서 응급실 과밀화와 응급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수준은 세계 최고다. 훌륭한 인프라를 제대로 사용하기에는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지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소 몇 년의 시간을 두고 바꿔 나가야 하지만 정부의 관심이 그렇다(부족하다). 아무것도 안 하면 지나가겠지만 다음달, 내년, 내후년에 똑같은 문제가 생기면 그 때도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면서 “현장에 있는 의사들을 좌절하게 하는 포인트다. 안타깝다”고 했다.

결국 아무도 해결해 주지 못한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와 응급의료전달체계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경증 응급 환자를 치료하는 미국의 ‘응급클리닉(urgent clinic)’을 국내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은 “올해 응급클리닉 2곳 정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실제 응급실 과밀화 해결과 경증 응급환자들을 신속하게 해결해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인지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예를 들어 코피(가 멈추지 않는) 환자가 119 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에 갈 게 아니라 응급클리닉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의원과 동일한 형태이고 ‘응급실 개인의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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