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의사들 “비대면진료 확대 시 시범사업 참여 거부”
대개협, 기자회견 열고 ‘시범사업 확대 방안 폐기' 촉구 "국민 편의 도모하려다가 건강권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비대면진료 플랫폼, 정부나 의협에서 운영해야"

[라포르시안]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 이하 대개협)가 비대면 료를 확대할 경우 오진 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국민 건강에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범사업 폐기를 촉구했다.
대개협은 지난 6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개협 김동석 회장을 비롯해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최세환 회장, 대한안과의사회 정혜욱 회장,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황찬호 회장,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김완호 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박태근 회장,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윤장운 회장,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익준 회장,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님 회장,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조규선 회장,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 대한피부과의사회 조항래 회장 등 각과 의사회 회장이 참석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환자 진료는 문진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고, 시진·촉진·타진 등 기본적인 진료 원칙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대면 진료로는 피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성증가로 그 피해는 직접 환자에게 돌아가게 되며,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은 의료진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진료는 비대면이지만 약은 약국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은 코메디이다. 진료는 비대면이되고 복약지도는 대면으로만 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며 “환자의 편의성을 위한 정책이라면 약을 받기 위해 약국에 갈 필요 없이 의사가 약을 주는 선택분업을 시행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확대로 전국에 있는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 약국은 모든 약을 비치할 수 없으므로 결국 대체조제를 할 것”이라며 “만약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한다면 모든 약을 비치할 수 있는 초대형 도매상을 만들어 약을 배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플랫폼 업자를 중간상으로 개입시킬 경우 의료체계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만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공적 성격의 기관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건보 재정이 흔들린다며 적정 수가조차 못 주는 현실에서 중간유통업자 격인 플랫폼을 만들고, 환자와 의사 사이에 제삼자를 개입시키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매우 위험하다”며 “중간상이 개입됨으로 인한 비용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하며, 의료 체계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회사에서 환자가 접속해 선택할 때 별점이나 광고비용 등 여러 방법으로 상업화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의 재진 환자 비대면 진료의 플랫폼은 공익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하고 정부나 대한의사협회에서 운영할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확대를 강행할 경우 시범사업 참여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대면 진료 확대로 국민의 생명권을 놓고 실험하면 안 된다.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비대면 진료는 폐기해야 한다”며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권의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되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참여 거부를 선언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비대면료 확대에 따른 오진 위험성을 우려했다.
박근태 회장은 “정부에서는 감기나 복통은 간단하고 편리하게 비대면으로 진료받아도 된다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중증폐렴이나 수술이 필요한 외과질환의 위험성에 가슴 졸이고 있는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의 가장 큰 문제점인 오진으로 인한 의료사고가 급성기 증상에 대한 불충분한 진찰 때문에 발생할 위험성이 제일 높은데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려다가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정책으로 돌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헙 확대와 관련한 응급의료 취약지 선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는 한편, 사업 확대의 배경에 산업계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정부는 진료 예외적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역에 전국 98개 시군구에 달하는 응급의료취약지역을 포함시켰다. 이는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 수의 40%에 육박하는 지역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코로나 극복을 통해 전 세계에 K 의료를 자랑했던 대한민국 정부가 국토 면적의 60% 이상을 의료취약지역으로 공식화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어느 누가 이를납득할 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으로 인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회복함과 동시에 비대면 진료의 수요는 급격하게 감소했음에도 정부가 비대면 진료의 확대를 강행한다면 의료계를 포한한 전국민은 비대면 진료 관련 산업계의 강한 요구가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사의 진료거부권 보장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진료를 받는 국민의 건강권에도 심각한 위협이지만, 실제 진료 현장의 의사들에게도 똑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정부는 비대면 진료의 여부를 의료진이 의학적 판단을 거쳐 결정하고 대면 진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의 불만과 민원제기 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고,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의료사고의 위험은 오롯이 의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법적 명시 없는 지침은 단지 하나의 문구일 뿐이니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진료 거부권을 법적으로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비대면 진료에 소아 환자의 특성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택 회장은 “소아의 경우 증상 호소가 모호해 진단이 어렵고 증상이 급격하게 진행돼 사망에 이를 때까지 시간이 짧다”며 “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에게 과연 소아 급성충수돌기염과 장중첩증을 비대면진료로 진단할 수 있는 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임 회장은 “소청과학회와 의사회는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진료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천명해왔다”며 “그럼에도 의료현장의 전문가를 무시하고 아이들 목숨을 상대로 러시안룰렛을 하는 복지부 장관과 차관은 미개한 정책을 강행했다”며 “그들 말대로 문제가 없는 정책이라면 아이들이 비대면 진료 후 사망했을 때 본인이 배상하고 감옥에 가겠다고 국민에게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비대면 진료를 ‘편의와 효율’ 그리고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회장은 “국민 편의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개선이 돼야 하지만 의료는 안전성을 짚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의사들이 반대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와 응급의료를 연계해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 취약지를 마치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지역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잘못됐다”며 “응급의료 취약지 해결을 위해서는 인프라를 해결해야지, 비대면 진료를 갖다 붙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응급환자들은 더욱 위험에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를 하다가 상태가 나빠지거나, 치료에 순응하지 못할 경우 등 응급 상황에 대한 대책이 없이 비대면 진료를 응급의료 취약지에서 한다는 자체가 위험한 것”이라며 “안전성을 무시하고 국민 편의라는 거짓말로 달려가는 것이 과연 맞겠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