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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격리병상 확진자 우선 배정에 “졸속대책으로 혼란만 가중”

정부 “응급실 음압격리병상, 확진자 수용이 기본 원칙”
응급의학의사회 “수술 등 후속 진료 불가능하면 의미 없어”
확진자 전용 응급의료기관 확충 등 근본 대책 수립 요구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응급진료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진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119구급대가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하는 모습.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응급진료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진은 119구급대가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하는 모습. 

정부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응급의료대책이 오히려 응급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응급의료현장의 목소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응급실 내 음압격리병상이 남아 있으면 기본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응급실에 있는 확진자는 별도 병상 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당 의료기관에 입원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별도 코호트격리 구역에 배치하고 지난 24일부터는 코로나19 가용 병상 현황을 별도로 취합해 119구급대와 보건소에 공유하고 있다.

중대본은 “재택치료자의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해서 원활한 이송과 응급진료 대책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가고 있다”고 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같은 대책이 “응급의료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격리병상 부족과 환자 이송 지연을 줄이기 위한 ‘졸속 대책’일 뿐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기 불가능하다”고 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25일 성명서를 내고 “응급실 내 음압격리실은 감염 우려가 있지만 진단되지 않은 환자가 응급 상황에서 이용하도록 만들어진 장소이지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을 기다리는 장소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만약 코로나19 확진자가 상태가 악화됐을 때 무조건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되면 이어지는 입원, 검사, 수술 등 후속 진료가 불가능할 경우 입원대기 또는 이송대기 말고는 어떤 의미도 없을 것”이라며 “결국 입실만 가능하고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대책이고, 의료진의 업무와 책임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응급실 내 코호트격리 구역에 배치하더라도 다른 일반 응급 환자와 동선이 분리되지 않아 감염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이에 응급의학의사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면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PCR 진단검사 역량과 코로나19 확진자 전용 응급의료기관을 확충하고 콜센터를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늘어나는 재택환자와 격리자들이 응급의료가 필요할 경우 방문할 수 있는 응급실을 확충해야 한다. 현재 일부 전담병원과 국공립병원이 참여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절대 부족하다”며 “코로나 양성환자와 격리자들이 일반 응급 환자와 섞이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한 책임은 정부 당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마다 걸려 오는 전화응대에 업무수행이 어려울 정도이다. 확진자와 격리자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상담과 대응을 위한 콜센터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또 응급의료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논의체를 구성해 격리시설 확충과 감염병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적절한 손실보상과 안전대책도 요구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경희대병원)은 “몇 차례 대유행을 겪으며 붕괴 위기에 몰렸던 응급의료체계는 이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며 “많은 응급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시스템을 개선하여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응급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응급의료인들에게는 그러한 상황을 보면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서 너무나도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며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겨도 똑같이 힘들고 똑같이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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