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3.04 21: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6만6853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경남에서는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1만167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2022.3.4/뉴스1
코로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6만명을 넘어서면서 또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날, 정부가 방역 조치를 추가 완화했다.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정치 방역’이란 비판이 다시 불거졌다.
질병관리청은 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6만6771명 나왔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186명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역대 최대로 이틀 만에 2배가 됐다. 재택치료 환자는 92만5662명까지 늘어났다. 10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확진자를 비롯한 각종 방역 지표는 정부 당초 예상을 계속 뛰어넘으며 악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날 ‘사적 모임은 6명, 식당·카페 등 영업은 오후 10시까지’인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영업은 오후 11시까지’로 완화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오후 11시 영업시간’은 5일부터 적용하며 일단 오는 20일까지다.
최근 주요국 주간 코로나 사망자 증가율
지난달 18일 정부는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완화하면서 기간을 오는 13일까지로 안내했다. 단서는 “그 이전에 유행이 감소세로 전환되면 완화할 수 있고, 위기가 지속된다면 강화할 수도 있다”였다. 더불어 ‘대선 때 자영업자 민심을 의식한 완화 조치’란 시선을 고려한 듯 “다음번 거리 두기 조정은 대선(3월 9일)이 끝나고 난 뒤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정부는 이날 두 가지 공언(公言)을 모두 식언(食言)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18일 10만명대이던 일 신규 확진자는 이날 26만명까지 늘었다. “위기가 지속된다면 (거리 두기) 강화”에 해당한다. 그런데 완화했다. 거꾸로 간 셈이다. 일본과 대만, 영국 등 앞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 폭증을 겪은 다른 나라들이 추세가 정점(頂點)에 이를 때까지는 거리 두기 완화를 자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대선이 끝나고 난 뒤 하겠다는 부분도 지키지 않았다. 일부 방역 전문가들이 ‘정치 방역’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질병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조사 결과, 영업시간을 완화하더라도 (확진자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10% 이내”라면서 “그 정도라면 지금 의료 대응 체계로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 현장 불안감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한 주간 사망자 증가율은 59.4%(아워월드인데이터)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국 중 인구가 1000만명 미만인 뉴질랜드, 네덜란드, 슬로바키아를 제외하면 1위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방역 지침을 거듭 완화하니 확진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중환자 규모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행 정점은 더 빨라지고 확진자 규모 역시 10% 이상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