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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청년의사).
응급실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법원 판결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분노하고 있다. 형사처벌에 수억원대 손해배상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에 "잠재적 범죄자가 됐다"는 것이다.

응급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응급실 문을 닫고 단체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27일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무너져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과도한 판결로 응급의료가 무너지고 있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응급환자가 사망하면 막대한 비용을 청구당하고 형사 책임까지 져야 하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응급의료를 할 수 있는 의사는 없다”며 “응급실에서 이뤄진 응급처치는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환자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이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응급환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행위가 반드시 환자를 살려야 하는 목적임에도 모든 환자를 다 살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응급의료행위에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게 정말 일반적인 의료라고 생각한다면 응급실 의사들은 당장 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 응급환자 수용거부 기준을 명시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의료인 면허취소법 등 응급의료현장을 쥐어짜고 있다”며 “응급의료 현장에서 지금껏 버텨 온 원동력은 환자 생명을 살린다는 자부심이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응급실 의사들을) 보호해 달라”고 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도 사람" 사법리스크 완화 촉구

응급처치 기록이 부족하다며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5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판결도 논란이 됐다. 응급의학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만성신장질환이 있는 40대가 호흡곤란 등으로 인천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식물인간이 됐다며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응급처치 기록 부족을 이유로 의료진에게 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일국 기획이사는 최근 교과서적인 진료를 했는데도 식물인간이 됐다며 5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 이후 분노가 커졌다며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사람”이라고 호소했다.

최 기획이사는 “(응급실 의사) 누구라도 호흡곤란, 의식저하 환자가 오면 기관 내 삽관을 했을 것이고 심정지가 오면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민사소송에 걸렸고 5억원이 넘는 배상판결이 나왔다. 단지 모니터링과 응급처치에 대한 기록이 없어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최 기획이사는 “우리가 분노하는 지점은 그 자리에 응급의학과 의사 누구라도 있었다면 똑같이 (의료처치를) 했을 거고 (5억원 배상판결이라는) 똑같은 일을 겪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기획이사는 “최선을 다했고 잘못한 게 없음에도 의무기록이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벌적인 사법부 판결에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도 사법리스크 부담을 완화하지 않고 응급의료현장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 는다면 응급의학과 의사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사법판결에 응급의료가 몰락하고 있다고 경고했다(ⓒ청년의사).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도 “충격적인 판결”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2년차 전공의다.

박 회장은 “주변 전공의들과 이번 사건에 대해 의견을 나눠 봐도 똑같이 기관 삽관하고 치료하고 심정지가 나면 심폐소생술을 했을 거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법원 판결에 모두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똑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다른 전공의들에게)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동맥박리 사건도 안타깝다. 전공의 1년차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도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의는 수련 받는 입장이고 1년차는 의사지만 수련을 받으며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인데 모든 부분을 전공의가 책임져야 하고 보호받지 못한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단순히 (치료) 결과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사법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일은 전공의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며 “의료 소송과 불가항력 상황에 대해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수련 받고 있는 전공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감정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법원 판결도 사건이 발생한 의료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의료감정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일반적 의료수준이 너무 높다. 교과서적인 진료를 현장에 적용했을 때 모든 의료행위를 되짚어 보면 꼬투리 잡겠다고 마음먹으면 잡을 수 있다”며 “모든 게 의료사고는 아니고 모든 게 처벌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회장은 “과도한 형사재판보다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환자와 의사 간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 법적 안정성 위에 응급환자를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사법부는 과도한 판결을 중단하고 응급의학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법적 안전조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일선 응급실 의사들 ‘단체행동’ 분위기 감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판결 이후 일각에서는 응급실 문을 닫고 단체행동에 나서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응급의학의사회를 향해 집단 사직서 제출운동 등 단체행동을 주도할 의향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이런 판결이 계속 이어진다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실을 떠나야 한다. 응급의학과 봉직의가 2,700여명인데 그 중 일부에서 응급실 문을 닫고 파업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대학병원은 매일 중환자들을 보고 있는데 사법리스크를 안고 도저히 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단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응급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사즉생생즉사’ 마음으로 응급실 문을 닫아야 응급실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이 회장은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를 위해 응급환자를 위해 무엇이 정답일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대체불가 인력이다. 사회로부터 지키기 위한 보호활동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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