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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신보】  “응급환자가 사망하면 막대한 비용을 청구당하고 형사책임까지 져야하는 상황에서 제대로된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없다. 지금까지 버틴 이유는 생명을 살린다는 자부심이었다. 이러한 응급의학과 의료진의 자부심을 건드리는 일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응급의학의 미래는 없다. 특히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조만간 응급의료의 종말을 보게 될 것이다”

 

응급의학과의사들이 응급의학의 종말을 경고하고 나섰다. 응급의료진들에 대한 무리한 판결들은 응급의학과를 선택하면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져 응급의학 전문의, 전공의들의 이탈, 지원율 하락을 초래해 응급의료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특히 최후의 선택으로 응급실 문을 닫고 집단적인 단체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회장 이형민)는 지난 27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무너져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의료행위는 사법판결이 대상이 아니며 천문학적인 배상과 형사 처벌이 지속되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미련 없이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정부는 거짓말을 당장 멈춰야 한다. 싸고 질이 좋은 의료는 없다”며 “의대정원 증원을 통해 필수의료를 살린다는 거짓말을 즉각 멈춰라”고 요구했다.

 

그는 “응급실 뺑뺑이는 허상이다. 이 단어는 응급의료진들을 무시하고, 특수성을 무시하고, 모든 책임이 의료진에 있다는 거짓된 주장”이라며 “응급실 뺑뺑이가 아니라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병원 간 이송단계’가 적절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특히 “응급환자가 사망하면 막대한 비용 청구당하고 형사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버틴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살린다는 자부심이었는데 작금의 사태는 그 자부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응급의학과에서 시행하는 응급처치는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다. 응급의료의 잘잘못은 사법이 아니라 의료인들, 전문가 시선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응급의료행위에서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의료라면 당장 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회장은 이송거부 금지법 관련 “이 법은 모든 책임을 응급실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은 응급치료를 하는 곳이지 최종치료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응급환자를 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에 내려놓으면 이송시간은 줄지만 환자는 사망한다. 특히 응급처치를 제대로 했음에도 환자가 사망하면 모든 책임은 응급의료진이 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10% 이상 떨어지고 있다. 이는 개원이 늘고 있고 그만큼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그만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개원을 하는 것은 자원 낭비다.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어 응급의학과 지원율을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응급실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무너져가는 응급의료를 살리기 위해서 마지막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면 다시 세우는데 많은 시간과 고통, 국민들의 희생이 동반된다. 당장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조만간 응급의료의 종말을 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응급의료는 잘못된 정책들과 무리한 사법 판결, 관계 당국의 무성의한 대책들로 지금도 망해가고 있다”며 “지금 당장 정부와 유관 기관들은 응급의료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응급의학과의사회 최일국 기획이사도 응급의료는 결과 예측이 불가능하고 의학적 판단 하에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는 것으로 특수성을 감안한 사법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는 “응급의학과는 예기치 않은 장소와 시간에 발생한 응급상황을 제한된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기에 응급처치의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아주 짧은 순강에 치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모든 판단과 행위들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이렇게 했으면 나았을 것이다’라는 말은 결과로 과정의 잘잘못을 유추하는 치명적 오류이며 마치 수술을 잘 하면 나았을 것이고 심폐소생술을 빨리 하며 모두가 살았을 것이라는 말과 같은데 응급의료는 이렇게 작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사 상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에서 예측, 회피가능의 범위를 넓게 적용하면 귀가 후 나빠진 모든 환자는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응급의학 전문의 누구도 이러한 위험을 피할 방법은 없다”며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제공하는 행위는 응급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응급의료 제공하는 행위다. 의도 자체가 환자를 위함이며 결과도 직접적인 연관 관계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는 2013년 소아횡경막탈장 사망사건, 2014년 전공의 1년차의 대동맥박리 환자 사건, 중증환자에 대해 기도삽관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음에도 사망한 사건 등에서 과도한 사법 판결이 나왔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징벌적 판결에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떨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들로 보람과 자부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라며 “그러나 이러한 법적 위험성으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는 사람은 줄고 전문의들도 응급실 현장을 떠나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이사는 “응급환자를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응급의료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 응급의료 현장 전문의가 더 이상 그만두지 않도록 사법부담을 즉각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도 응급의료를 살려야 한다며 응급의학과의사회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현재 소아응급의료체계는 동네 소아과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철저하게 무너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응급의학과가 소아과 영역을 도와 소아응급의료체계는 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 소아응급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충남 지역 환자를 진료하던 곳이었는데 소아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충남을 넘어 충북, 대전, 심지어 경기도에서도 환자들이 오기 시작했다”며 “이를 응급의학과에서 1년 동안 감당했지만 지원도 하나도 없고 난이도가 높아져 사고가 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문을 닫을 상황이다. 이제는 정부가 답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진단이 힘든 질환이 있는데 단순히 결과가 나빴다고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에 대해 전공의들 사이에서 우려가 많다며 법적 보호장치, 전공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응급의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응급실 만큼 환자 사망을 많이 보는 과는 없다. 모두가 스트레스이자 힘들 일이다. 그럼에도 환자를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의료소송 판결을 보면서 ‘이 일을 계속해도 되나?’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만두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로 가는 방법이 유일하다. 진단이 힘든 질환이 있는데 결과가 나빴다고 책임을 진다는 것에 전공의들의 우려가 많다”고 응급의료 현장의 현실을 소개했다.

 

이에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사법부의 무리한 판결은 응급의학과는 전공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응급의학과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이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며 ▲응급의료행위의 적절성은 사법부가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야 하며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응급의료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며 ▲응급의료 사고처리 특례법과 과실치사상에서 형사처벌 면제법안을 즉각 마련하고 ▲과도한 사법판결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미련없이 응급실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즉각 제정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응급실을 떠나야 한다”며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응급실 문을 닫고 파업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파업을 하면 사법부는 살인 모의죄로 잡아갈 것이다. 따라서 방법은 사표를 내고 응급실을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집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응급실 체계가 바뀌지 않는다”며 “응급실 문을 닫아야 응급실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응급의학과의사회에서 집단 사직서 제출 의향을 질의했으며 이에 대해 이형민 회장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다”며 “사직하고 파업도 할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이 정답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체불가 응급의학 전문의를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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