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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옮겨 달라” “119 불러라” …의료계 ‘이재명 따라하기’ 몸살

“이동에 왜 돈 내라 하나” 시비까지 환자들 요구에 분쟁 증가 우려 “원래 있던 일… 반응 과해” 지적도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서울로 이송한 헬기가 지난 2일 임무를 마친 뒤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료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된 이후 의료 현장에서 ‘서울로 보내 달라’ ‘119를 불러 달라’는 환자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과 함께 이로 인한 일선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환자들이 이송을 요구하며 ‘119를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는 제보가 지난주부터 수십 건 들어왔다”며 “병원 간 이동 부담은 환자가 지지만, 이마저도 ‘왜 돈을 내냐’며 항의하는 분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원래도 이런 문제가 있었지만, 이 대표 일을 계기로 폭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라고 밝힌 네티즌도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하는 환자가 서울 병원으로 가길 원해서 전원 의뢰서를 써줬다. 그런데 그 환자가 119구급차도 불러 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설득하느라 진이 빠졌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흉기 피습 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아니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하기로 결정해 헬기를 타고 전원했다. 보통 전원은 해당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에 이뤄지며, 이 경우 일반 환자는 자차나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고 비용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뒤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 7일 ‘진료목적 외 외부인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송 과정에서 병원과 환자 간 다툼도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여기 말고 딴 데로 가고 싶다’는 환자와 보호자의 요청이 늘고 있는 분위기”라며 “전원 시 짧은 거리라 하더라도 이송 비용을 낸다는 것에 대해 시민 불만이 큰 상황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분쟁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지역의료 불신 세태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지역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보호자에게 전원에 대해 설명하고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도 고지를 하는데, 여기에 동의를 안 하거나 의료진의 결정 자체를 불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지역의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형민 회장도 “지역의료에 대한 선입견을 고치기 위해 의료진이 몇십 년을 노력해왔는데 정치인이 말 한마디로 깨뜨리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여기 약이 더 잘들 것 같다’ ‘치료를 더 잘할 것 같다’는 식의 의료 수요는 감당할 수 없다. 이번 사례는 의료라는 전문성 자체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와 측근들을 상대로 고발장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후폭풍이 이어지자 일각에선 의료계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방국립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수도권으로 가고 싶다는 환자들은 늘 있었다”며 “이 사안이 너무 정치적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정신영 김유나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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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38610&code=111311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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