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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두고 응급의료의 질을 높이는 평가가 아니라 수가를 잘 받기 위한 평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의료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병원에는 해당 평가가 응급의료기관 운영을 포기하게 되는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높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말 전국 412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의료서비스 수준을 평가한 ‘2023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는 매년 응급의료기관 법정기준 충족 여부 및 응급의료 서비스 질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A, B, C로 등급을 나누고 다음해 응급의료수가 및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고 있다.

2023년 평가 결과, 시설·인력·장비 등 응급의료기관 법정 기준을 모두 충족한 응급의료기관 비율은 87.4%로, 전년 대비 1.8%p 감소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보안인력에 대한 법정 기준 신설 이후 아직 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점과 일부 취약지에서 의사·간호사 인력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분석했다.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질을 나타내는 지표는 다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응급환자를 적정시간 내에 전문의가 직접 진료한 비율은 93.8%로 전년대비 1.0%p 향상됐으며, 최종치료까지 제공한 비율도 90.5%로 전년대비 0.9%p 향상됐다.



이같은 정부의 응급의료기관 평가 지표가 응급의료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가를 차등지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지역 응급의료 활성화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은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최종 치료 제공률을 따지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최종치료 제공률이 높아질수록 환자 치료 결과가 좋아지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 자체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이형민 회장은 “중증환자를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좋은데 현장에서 중증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119가 중증환자를 중증이 아니라고 판단해 작은 병원으로 보낼 수도 있고, 반대로 환자가 응급실에 걸어왔는데도 중증일 수 있다”며 “그런 환자가 작은 병원에 가서 최종치료를 못받게 되면, 그 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평가는 안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119에서 중증인지 경증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무조건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유리할테고, 응급실 과밀화를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큰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종치료 제공률을 지표로 삼은 것은 권역응급센타나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들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가능한 지역에서 모든 것을 해달라는 것인데 현실적인 지표가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의 경우 해당 병원에서 나머지는 치료가 되는데 한 가지가 안 돼 전원을 보냈다면 과연 그 병원이 잘못한 것으로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응급의료기관 평가가 '평가를 위한 평가'가 돼선 안 되며, 실질적으로 응급의료의 질을 높이고 지역 응급의료 활성화를 위한 민간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료기관 평가의 목표 자체가 질을 올리자는 것인데 부족한 재원으로 평가가 잘 나오는 병원만 추가로 수가를 주는 식은 안 된다”며 “질이 높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평가 결과가 좋은 병원이 실제로 존재한다. 이런 평가가 정말로 응급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복지부가 평가를 하는 이유는 차등 수가 때문인데 이 돈은 보너스가 아니라, 이마저 받지 않으면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운영이 되질 않는다”며 “실제로 지역응급의료기관 249곳 중 약 100곳 정도는 자생력 없이 인건비 및 수가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병원들은 목숨 걸고 지표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그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일수록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높은 반면, 민간의 참여도는 낮다. 최근 10년 동안 지역응급의료기관을 반납한 민간병원은 100곳을 넘는다”며 “그들로서는 응급의료기관을 할 이유가 없다. 지역일수록 민간병원들이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많이 참여해야 하는데, 현재 평가 지표는 그럴 수 있는 유인기전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료기관 평가 목표 자체가 질을 올리자는 것

부족한 재원으로 평가 잘 나오는 병원만 추가로 수가를 주는 식은 안 돼

반면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최종치료 제공률을 따지는 것은 지역 완결적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큰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는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응급의료기관은 그 병원의 응급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 전체를 뜻한다”며 “쉽게 말해 서울대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것이지, 서울대병원 응급실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원 공보이사는 “응급의료기관 평가 지표에 최종치료 제공률이 포함되는 것에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지만, 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최종치료 제공률을 지표로 설정한 것은 지역 완결적 응급의료체계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권역 또는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기관에서 최종치료까지 제공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주로 전원을 받는 권역센터에서의 최종 치료율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난해 권역응급의료센터 41곳 중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필수영역)을 충족하지 못한 곳은 1곳에 불과한 반면,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39곳 중 19.2%인 46곳이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의 지정기준에 따른 시설·인력·장비 등을 유지·운영하지 못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복지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정기준 미충족으로 C등급을 받은 기관에 대해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원 공보이사는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 충족 여부 미충족 기관을 보면 대부분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시설 장비보다는 주로 인력을 못채우는 경우가 많다”며 “평가에 따른 차등 지급을 없애고 일괄 지급하자는 주장은 응급의학과 내에서도 계속 있어왔지만 정부는 원칙적으로 평가를 해야 하고, 평가를 하면 차등을 둬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보이사는 “전국 응급의료기관은 400여개에 불과한데, 이중 지역응급의료기관들은 환자가 적다보니 간신히 운영한다”며 “이런 병원은 낮은 등급을 받아 지원이 깎이거나, 그 돈마저 못받게 되면 정말 운영이 어려워지고, 지역응급의료기관을 반납하기까지 한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일부 지역은 군수가 해당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 보조금이라도 조금 드릴테니 제발 반납하지 말고 유지해달라고 사정할 정도”라며 “우리나라도 이제 응급의료 평가와 지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지역 응급의료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라포르시안(https://www.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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