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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서울행 불똥… “나도 헬기 태워 주나” 119 항의 늘었다

이 대표 이송 조롱·항의 전화 부산소방본부 상황실로 이어져

 

지난 2일 부산에서 습격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헬기로 이송되는 모습(위)과 서울대병원으로 구급차를 타고 옮겨진 모습. 소방 당국에는 헬기 이송에 항의하는 전화가 이어졌고, 지방 병원에서는 불합리한 ‘전원 요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일 부산에서 습격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헬기로 이송되는 모습(위)과 서울대병원으로 구급차를 타고 옮겨진 모습. 소방 당국에는 헬기 이송에 항의하는 전화가 이어졌고, 지방 병원에서는 불합리한 ‘전원 요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습격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까지 헬기로 전원한 게 논란이 되면서 애꿎은 소방 당국과 지역 병원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소방 당국에 ‘헬기 이송’을 조롱하며 업무를 방해하는 전화가 늘었고, 지역 병원에서는 ‘다른 병원 가겠다’는 요청이 늘어날까 봐 우려가 커진다.

9일 일선 소방관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119응급의료헬기로 서울대병원까지 이송된 후 해당 내용을 언급하는 119 신고 전화가 이어졌다. 긴급하게 화재나 사고 등을 알려야 할 부산소방재난본부 종합상황실에 이 대표 이송을 항의하거나 조롱하는 전화가 계속 접수된 것으로 보인다.

신고 전화로 이 대표 이송을 언급하는 이들은 “내가 아파도 헬기를 태워주느냐”는 말을 꺼내며 항의하고 있다. ‘정치 성향’이나 ‘세금’ 등을 언급하며 통화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소방 관계자는 “긴급 전화가 마비될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며 “이런 전화는 통화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긴급전화 담당자 대신 상황실에서 대기하는 인력이 응대한다”고 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항의성 전화 내용과 횟수 등을 공개하는 데에는 난색을 보였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저희가 말씀드릴 내용은 아닌 듯하다”고 밝혔다.

소방 당국이 전화로 업무를 방해받는다면, 지역 병원들은 불합리한 환자 전원 요청이 증가할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4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서울로 이재명처럼 전원 간다고 구급차 불러 달라는 환자 설득하느라 힘드네요’라는 글을 썼다. 그는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하는 환자가 서울 병원으로 가길 원해 전원 의뢰서를 써줬다”며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설득하느라 진이 빠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기는 돈 내고 못 가겠다고 우겨서 결국 총무팀이 진료실에서 내보냈다”고 적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 대표 이송 이후 지방 병원에서 서울이나 상급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하는 강도가 세졌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9일 〈부산일보〉에 “매일 수십 건 이상 전원 요청이 있는데 왜 이송이 안 되냐고 항의하는 강도가 더욱 세졌다”며 “평소에도 지방에서 수술하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순간 보호자가 있는 서울 병원으로 보내달라는 전원 요청이 빈번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응급의료 전원 체계는 원하는 대로 모두가 이용하면 망가지는 구조”라며 “더 다치고 상태가 심각한 사람을 위해 모두 양보를 해야 시스템이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지난 8일 “이번 사태 이후에 이송이 필요하지 않아도 ‘나도 가겠다’는 환자가 늘었다”며 “이송 과정에서 돈을 내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 병원들은 불합리한 전원 요청이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부산 대학병원 관계자들은 9일 “일선 의료진과 일일히 대면해서 물어보진 않았다”며 “실무 현장 의료진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현장 의료진들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이 대표 이송 이후 불합리한 전원 요청 사례는 없었다던 부산 한 대학병원의 직원은 “서울 삼성병원 등으로 전원 요청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현장에서는 대형 사건이 터진 후라서 더욱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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