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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 바란다(메디게이트 특별기고)

20대 대통령 선거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코로나 확진자 들에도 불구하고 이전 선거에 버금가는 열기속에 치러졌다. 방역과 정책당국의 이해하기 어려운 낙관적 발표들과 달리 응급의료의 현장은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터처럼 피폐해져 가고 있고, 치료를 받아야 할 응급환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치료도 못 받아 보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매일 반복되며, 거기에 종사하는 응급의료인들은 끝날지 않는 재난상황에 감염과 탈진으로 지쳐가고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들은 이번 선거에서 너무하다 싶을 만큼 논쟁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현재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지금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할 적절한 조치와 개선은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조만간 확진자 수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면 지금껏 무수한 문제들이 아무런 조치나 평가, 개선 없이 또 그렇게 잊혀버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응급의료체계는 감염병 이전부터 심각한 과밀화와 부족한 인프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고, 2년이 넘는 감염병의 유행에 이제는 바닥까지 모두 소진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밤에도 많은 응급환자들이 119를 타고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작년에는 접촉만으로 1주일 이상 격리되던 상황이 현재는 감염된 상태에서도 3일 후 진료복귀를 강요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제도의 혼란이 현장의료를 담당하는 응급의료인들을 더이상 버티지 못하게 만들어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의료체계의 붕괴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환자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 본인이 응급상황에서 119를 불러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환자들의 불안과 불신은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며, 이미 그 응급의료체계는 기능이 마비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현상황은 지금정도의 성의 없는 행정명령과 지침변경으로 해결될 상황이 절대 아니며, 장기화할 경우 수많은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 명확하다.

원인은 단순하다. 예상되는 문제에 대하여 전문가와 상의하고 대책을 만들어 준비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단 하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였고, 기본적인 응급의료에 대한 시설, 인력,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들도 무의미할 뿐이었던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응급의료에 대한 대책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정책당국의 전문성과 의지의 부족 때문이며 결국 적절한 대책을 찾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응급의료의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정작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는 이미 늦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 의사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와 같은 현장의 문제상황을 예견하고 준비와 대응을 위하여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한 차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장의 전문가들과 소통하지 않고 현장의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원인분석을 하고 거기에 따른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코로나 대응의 경험에 비춰보면 문제인식 단계에서부터 현장의 전문가들과 정책당국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현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는 PCR 검사도 다 하지 말고 그냥 일반병실에서 환자를 진료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버텨오던 응급환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여력도 지금은 거의 바닥난 상태임에도 아직도 응급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지금부터라도 응급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똑같은 문제가 무한히 반복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권을 맞이하여 의료인들을 포함한 수많은 단체들이 미뤄왔던 아쉬움들을 토로하고 개선을 요구할 것이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없겠지만, 최소한 필수의료만큼은 차기 대통령의 문제 리스트들 중에서 가장 윗줄을 차지할 것을 기대한다. 그 필수의료 중에서도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죽음에 이르지 않게 하는 응급의료에 대한 대책은 조금이라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소중한 가치이고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의 이유이다. 지금 현재도 응급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응급의료인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격려나 보상이 아니라, 치료의 기회를 얻지 못해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인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현장의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응급의료인들과 함께 이 어려움을 해결할 대책논의에 나서 줄 것을 희망한다. 그러한 노력만이 좌절에 빠진 필수의료를 소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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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생성된 설명20220310

대한응급의학 의사회 회장 이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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