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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소방헬기’ 무엇이 특혜이고 무엇이 아닐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지난 1월 2일 이 대표를 이송한 헬기가 서울 동작구 노들섬에 도착, 임무를 마친 뒤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월 2일 부산 가덕도에서 일어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흉기 피습 사건에서 이 대표가 비판을 받고 있는 지점은 두 가지다. ‘지역 의료 무시’와 ‘헬기 및 수술 특혜’. 그중 ‘병원 간 헬기 이송’은 생소할뿐더러 주변 사례도 많지 않아 갑론을박이 뜨겁다. ‘한 번 타는 데 2000만원이다, 야당대표라는 의전서열 때문에 탈 수 있었다, 이 대표의 이송으로 다른 인명구조를 하지 못했다’ 등 이 대표가 퇴원한 시점까지도 이 대표를 이송한 ‘헬기’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피습 직후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소방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轉院·병원을 옮김)해 수술을 받았다. 이에 의사단체 14곳은 잇따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지역 의사회가 16곳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의사단체가 비판 성명을 낸 셈이다. 제일 먼저 성명을 냈던 부산광역시의사회는 성명에서 이 대표의 헬기 전원에 대해 “헬기 이송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사용 기회를 강탈한 것”이라며 “과연 대한민국 그 누가 자신이 원한다고 하여 지역에서 119헬기를 타고 원하는 종합병원으로 가나”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특혜 의혹으로 이 대표를 비롯한 관련 인물이 시민사회로부터 고발장을 받기도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업무방해와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와 정청래 의원, 천준호 의원을 검찰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재명 수술 집도의 등 3명을 직권남용·명예훼손·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각각 고발한 상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고발의 핵심은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헬기를 탄 것이 적절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위 고발 또한 “다른 응급환자가 헬기를 이용할 기회까지 박탈하도록 한 사실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닥터헬기 아닌 소방헬기, 비용은 무료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가는 데 사용된 헬기에 대해 ‘닥터헬기’ ‘구조헬기’ 등 개념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소방청의 ‘소방헬기’로 이송됐다. 소방헬기는 기내에 물이나 소화약재를 실어 화재현장에서 불을 끄는 것이 주 임무지만, 활약하는 분야는 인명구조와 환자수송인 경우가 많다. 지역의 응급의료지원 헬기인 닥터헬기 숫자가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닥터헬기가 모두 운용 중일 경우 소방헬기, 해경헬기, 구조헬기가 대신 출동하는 구조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 대표 피습사건 당시 부산을 관할하는 닥터헬기는 운용 중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소방헬기, 해경헬기, 구조헬기, 닥터헬기 모두 ‘하늘을 나는 구급차’로, 이송 비용은 무료다.

환자 신고가 몰려 소방헬기가 모자랐던 사례가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특별시청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소방헬기가 3대 있는데, 모두 출동했던 건 지난해 서울 화재 중 역대 최대 규모였던 인왕산 화재 때뿐”이라며 “평소에는 연료 보급, 산악 구조 대기 등을 하며 최소한 한 대를 대기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3대가 모두 출동해 있더라도 인천 등 인접한 시도에서 응원 출동을 올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헬기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닥터헬기는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닥터헬기는 응급의료지원 헬리콥터로 내부에 신속한 의료 대응이 가능하도록 첨단의료장비, 전문치료약물 등을 갖추고 응급의학전문의가 함께 탄다. 그러나 그 수가 아직 전국 8대에 불과해 나머지 헬기의 도움을 빌리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닥터헬기는 민간에서 운영하는데 현재 주간에만 운영하며 활동반경이 좁은 등 제한적이다. 반면 소방헬기는 24시간 운영하고 헬기수가 더 많은 만큼 전체 출동 횟수도 더 많다”라며 닥터헬기와 소방헬기를 비교했다.

소방헬기와 닥터헬기의 전체 이송 횟수 및 병원 간 이송 횟수는 최근 4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66명, 2021년 141명, 2022년 261명이 의료진의 판단하에 병원 간 이송을 위해 소방헬기를 이용했다. 닥터헬기 또한 환자 병원 간 이송을 위해 2020년 691건, 2021년 641건, 2022년 561건, 2023년 799건이 떴다. 닥터헬기의 병원 간 이송 횟수가 최근 4년간 크게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코로나 때 바깥활동이 줄고 따라서 사고나 외상환자가 줄었었는데, 코로나가 끝나고 그 수치가 회복되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며 “이에 더해 2011년부터 시작된 닥터헬기 사업이 조금씩 홍보되고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산간벽지, 섬지역 등 신고지에서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있다. 닥터헬기의 경우 현장이송 횟수(2023년 748회)가 병원 간 이송 횟수(2023년 799회)보다 4년 연속 더 적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닥터헬기는 취약지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백령도 등 섬과 산을 제외하고는 우선 구급차부터 출동하게 된다. 구급차로 근처 병원에 이송해 응급처치를 한 뒤, 수술, 입원치료 등 최종 치료는 인프라가 갖춰진 대형병원에서 하게 된다. 이때 병원 간 이송을 닥터헬기가 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 또한 현장이송 후 병원 간 이송이라는 일반적인 과정을 거쳤지만,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서’가 아니었기에 논란이 됐다.

 

2027년까지 닥터헬기 4대 추가 예정

이 대표의 헬기 전원 이후 의료 현장에서는 헬기를 불러달라는 환자가 늘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아무리 작은 수술이라도 대다수가 ‘서울의 큰 병원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전원 요구는 예전부터 많았지만, 이 대표 사건 이후 더 많아졌다. 이제는 ‘나도 헬기 불러달라’고 한다. 특히 불필요한 전원 요구 및 헬기 이송에 대해 의료진이 동의하지 않았을 때 환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더욱 힘들어졌다. ‘왜 나만 안 되냐’는 분노를 표출하는 정도가 심해졌다”고 밝혔다.

병원 간 이송 및 헬기 이송 여부는 의료진의 판단에 달려 있지만, 환자의 최종 결정을 꺾을 수는 없다. 이 회장은 “의료진의 판단에 반해 자비로 민간 구급차 등을 불러서 원하는 상급병원으로 가는 환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상급병원과의 합의 없이 환자가 움직인 경우 ‘응급실 문 앞에서’ 멈춰 서야 한다. 이 회장은 “그렇게 상급병원 응급실 문 앞까지 도착하게 되면 받아달라고 우긴다. ‘왜 응급 환자를 안 봐주느냐’고.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병실이 있는지,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있는지 등을 감안해서 이송 요청을 받아야 하는데, 결국 응급의료 체계 자체가 망가져버린다”고 설명했다. 이는 응급실 문 앞에서 매일같이 수십 건씩 발생하는 일이라고 한다.

헬기 이송 요청이 계속 늘어난다면 대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무너진 응급의료 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권위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 이송 또한) 의료진의 결정을 무시하고 보호자가 원하는 대로 했기 때문에 원칙이 무너졌다. 환자의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 의료진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헬기로 인한 전원 요구가 늘게 된다면) 검토 후에 미배치 지역 위주로 (부족하지 않도록)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복지부 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최소 4대의 닥터헬기를 추가하여 12대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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