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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못 보내준다니까 경찰 신고까지…미치겠다” 의사들 골머리

‘이재명 헬기이송’ 후폭풍…“‘난 왜 안되냐’ 요구↑” 권익위, 헬기 특혜 여부 조사 나서…野 “2차 가해”

부산 방문 도중 흉기로 습격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인근에 지난 4일 오전 경찰 인력이 배치돼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응급헬기 이송 특혜 의혹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한 병원 응급실에서 “서울대병원에 보내달라”는 환자 요청을 거절하자 경찰에 신고당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진짜로 나타났다’는 제목의 글 캡처본을 공유했다. 해당 글에는 “아빠가 딸이 던진 장난감에 corneal laceration(각막 열상)이 강력히 의심됐다”며 “엄마는 ‘서울대병원에 보내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하니까 경찰 신고. 미치겠다. 진짜로 경험할 줄은…”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글은 응급의학과 봉직의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로, 임 회장은 “이재명의 효과”라며 “이전에는 가끔 있었는데 요즘은 ‘이재명도 해주는데 왜 난 안 해주냐’고 당당히 요구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의대생 증원이 아니라 헬기를 증원해야 한다”며 “국민 여러분 서울대병원에서 진료 거부하면 ‘당장 헬기 불러달라’고 하시면 된다. ‘이재명은 탑니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들섬에 헬기를 통해 도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앞서 지난 2일 부산 일정 중 피습당한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119 헬기를 타고 이송됐다. 이후 이 대표가 부산에서 치료받지 않고 서울로 전원한 점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선 “진료와 수술 순서를 권력을 이용해 부당하게 앞지른 새치기”라며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옮겨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국가 지정 외상센터로 수술이 가능했던 곳이고, 이 대표가 응급헬기를 이용할 만큼 위중한 상태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이 대표의 이송으로 응급 환자에 대한 의료공백이 발생했다는 취지다.

 

실제 “서울 병원으로 이송해달라” “나도 헬기 불러 달라” 등 환자들의 요구가 늘었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 직업을 인증한 한 작성자는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하는 환자가 서울 병원으로 가길 원해서 전원 의뢰서를 써줬다. 그런데 그 환자가 119구급차도 불러 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설득하느라 진이 빠졌다”며 “왜 구급차 타고 못 가냐고 우기는데, 이재명이 참 안 좋은 선례를 남겨 한동안 진료실에서 서울 쪽 전원 119구급차로 보내달라는 사람들 설득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 가능한데, 지방이라고 안 한다는 환자 설득하기도 목이 아프다”고 적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8일 헬기 특혜 논란이 불거진 이 대표 등을 업무방해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번 사태 이후에 이송이 필요하지 않아도 ‘나도 가겠다’는 환자들이 늘었고, 이송 과정에서 돈을 내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응급실 현장에서는 개인적인 이유로 상급병원으로 가겠다는 환자들에 대한 대응이 무엇보다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들어서며 당무 복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 가덕도에서 흉기 피습을 당했던 이 대표는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했다. 뉴스1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이 특혜에 해당하는지 판단해달라’는 취지의 신고가 다수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해당 사건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국민 알 권리를 고려해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의 조사 착수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사건의 본질은 암살 테러”라며 “권익위가 암살 테러를 당한 야당 대표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문제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조사에 착수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대표는 피습 보름 만인 17일 당무에 복귀해 “새해벽두에 많은 분들이 놀랐을 것 같은데 제게 주어진 또 국민들이 맡긴 책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 퇴원 당시엔 “국민께서 살려준 목숨, 앞으로 남은 생도 국민을 위해서만 살겠다”며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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