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시민단체·의료계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정책 패키지 발표 이후 여기저기서 비판 제기돼 "실패한 정책 재탕...재원 마련 계획 부재해 실현가능성 없어" "최악의 보건의료 망책...의협 차원서 대정부 투쟁 나서야" 주장도
라포르시안] "실패한 정책 재탕인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폐기하고, 공공의료 강화하라"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계획을 발표한 정부를 규탄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없이 발표된 의사면허에 대한 통제 및 규제 등에 대해서는 큰 우려와 함께 강한 유감을 표한다" <대한의사협회>
정부가 지난 1일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방안을 발표했다.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확대하고, 오는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 인상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하지만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환자단체, 의료계 등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분야에 닥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없이 기존에 제시했던 방안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많았다. 게다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데 드는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도 부재해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발표한 정부가 마련한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 패키지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가지 키워드에 맞춰졌다. 핵심적으로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해 의사인력 배출을 늘리고,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는 이번에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실패한 정책을 재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와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는 지난 1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수가 인상 등 실패한 정책들을 짜깁기한 것이고 공공의료 강화라는 핵심 대책이 없다"며 "따라서 정부 정책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지역의사제'가 이미 실패한 '공중보건장학제도'처럼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지역거점공공병원에 대한 안정적인 의료인력 공급을 위해 학생을 선발·지원하고, 면허 취득 후 지역거점공공병원에 의무복무할 것을 전제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공중보건장학제도에 지원하는 의대생은 사업 시행 이후 5년간 모집정원 100명 중 52명에 그쳤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의사 배출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의료인력을 공적으로 양성하고 공공에 배치할 정책이 없다면 지금처럼 주로 돈벌이 진료에 나설 의사들이 배출될 것"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지역필수의사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이는 오직 의대생의 선택에 의존하는 것으로 이미 실패한 바 있는 ‘공중보건장학제도’의 재탕"이라고 주장했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은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서민의 의료비‧건보료 부담만 늘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필수의료 부분에 보상을 늘리겠다는 정책 역시 실패한 정책 재탕"이라며 "아무리 수가를 올려줘도 민간병원들은 수익만 높일 뿐 실제로 필수의료에 더 투자하거나 인력을 늘리지 않아왔다. 보상을 늘려줘도 비급여가 많고 행위량을 늘려 과잉진료를 할 수 있는 진료과목만큼 돈벌이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수가인상은 환자의 의료비와 건강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정책으로, 시장실패로 인한 문제를 시장가격을 높여서 해결하겠다는 방식은 성공할 수도 없고 환자의 의료비용 부담 증가라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단체는 "영리적인 의료환경의 문제로 발생하고 있는 의료 붕괴 현상을 더 많은 시장주의로 해결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공공의료기관의 확충과 의료 인력 양성을 국가가 공적으로 책임지는 대책만이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월 1일 국회 앞에서 정부의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특례법 제정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환자단체에서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다.
정부는의료인이 안정적인 진료환경 속에서 중증·응급 등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해 의료사고 대상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책임보험‧공제 가입 시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 원칙을 적용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계획을 규탄하며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자단체는 지난 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붕괴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도입된 적이 없는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 추진이라는 점에 당황스러움을 너머 분노함마저 느낀다”고 비난했다.
의료인이 의료과실이 없거나 의료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의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나 관련 법률 그 어디에도 의료사고 관련 입증책임 전환 규정이 없다”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중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와 사망 또는 중상해 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까지 형사책임을 면제하거나 면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특례법 제정 논의가 아닌 의료인의 의료사고 설명의무법, 의료인의 의료사고 안심 사과법,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법 등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의 울분을 풀어주고, 입증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입법적 조치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라포르시안(https://www.rappor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