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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200명대 사망… “응급의료 바꿔야 준다”

하루 응급실 이송 코로나 확진자 이미 병상 수 훨씬 넘어 초비상

지난 28일 저녁부터 29일 새벽까지 서울 한 대학 병원 응급실엔 전화가 20통 쏟아졌다. 30분마다 울렸다. 모두 코로나 환자들을 받아달라는 119 구급차 전화였다. 병원 의사는 “응급실 격리 병상 7개는 이번 달 내내 꽉 차 있었다”며 “100㎞ 정도 떨어진 경기도 평택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거절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사망자가 연일 300명 안팎 나오면서 각 병원 응급실은 비상이다. 병상이 없어 코로나 응급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고 중환자⋅사망자 관리는 사실상 마비 상태란 호소가 잇따른다. 지난주 정부가 코로나 확진자를 받는 응급 의료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궁여지책을 내놨지만 응급 의료 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봉쇄된 中상하이… 격리 구역에 음식 배달 -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중국 상하이가 도시 봉쇄에 들어간 28일 배달업체 직원이 격리 구역에 있는 남성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27일 상하이 전역에서 35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상하이시 당국은 전격적으로 이날부터 8일간 도시를 봉쇄하기로 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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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된 中상하이… 격리 구역에 음식 배달 -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중국 상하이가 도시 봉쇄에 들어간 28일 배달업체 직원이 격리 구역에 있는 남성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27일 상하이 전역에서 35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상하이시 당국은 전격적으로 이날부터 8일간 도시를 봉쇄하기로 했다. /EPA 연합뉴스

전국 권역·지역 응급 의료 센터를 찾은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달 8일 163명에서 지난 13일 1796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29일 기준 전국 응급 의료 기관 405곳 격리 병상이 음압 병상 388개와 일반 병상 753개 등 1141개임을 고려하면 하루 응급 이송된 확진자 수가 병상 수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이렇게 응급실 격리 시설이 채워지면 치료가 필요한 또 다른 코로나 환자·코로나 의심 환자는 응급실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다. 이러다 숨지는 환자도 많다. 지난 11~17일 집계를 보면 주간 코로나 사망자(1835명) 중 자택 또는 응급 이송 중 사망한 사람이 44명이나 된다.

이렇다 보니 일부 코로나 환자는 응급실에서 확진 사실을 숨기고 치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여한솔 대전협 회장(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응급실 내원이 어렵거나 대기가 길어져 이를 속이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현장 의료진 감염도 끊이지 않는다. 여 회장은 “올해에만 우리 병원 응급실 간호사 50명 중 17명이 코로나에 확진됐다”며 “확진됐더라도 현 지침상 3~5일 후 진료에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매일 벌어진다”고 말했다.


현장 의료진은 응급실이 환자로 꽉 찬 상태인 만큼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도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응급실 내 병상 운영 효율화 등 근본적 개편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성의 없는 지침 변경(인센티브 부여)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라며 “응급 환자 처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코로나 환자들을 최대한 빠르게 병실로 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형 병원 환자 쏠림 현상과 의료 취약 지역 인프라 부족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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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코로나 누적 사망자는 1만5423명. 이 중 64%(9860명)가 최근 3개월 동안 나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 사망 정점을 지나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뒤늦게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은 최근 3개월 사망자 비율이 전체 대비 15.1%, 영국은 9.6%, 프랑스 12.6%, 일본 33.4%인데 우리는 이보다 2~6배 높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다른 나라는 사망자·확진자가 2년에 걸쳐 길게 분포돼 있는데 우리는 2개월간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이 “예상보다 중환자 발생이 적으며, 다른 나라들보다 누적 치명률도 낮다”고 강조하는 부분도 현장과 다른 상황 인식이다.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보면 지난 27일 기준 한국 누적 코로나 치명률은 0.13%로 미국 1.22%, 영국 0.79%, 프랑스 0.56%, 일본 0.44% 등보다 낮다. 하지만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치명률이 낮아진 건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서 생긴 착시 현상”이라며 “정부는 최근 1달간 7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걸 직시하고 국민에게 ‘위기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는 국내 상황을 이미 1달 반 전 코로나 정점과 사망자 폭증을 겪은 국가들과 비교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일주일(3월 19~25일) 100만명당 일평균 국내 사망자는 7.01명인 반면, 미국은 2.35명, 영국은 1.98명, 일본은 0.75명이다.

여기에 코로나 완치 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코로나에 감염됐으나 확진 판정 전 사망자 등 공식적인 코로나 사망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초과 사망자’를 포함하면 코로나로 인한 인명 피해는 통계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교수는 “공식 집계되지 않은 코로나 관련 사망자가 집계치의 2~3배”라며 “초과 사망까지 고려하면 누적 사망자는 3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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