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주취자 보호하라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포항의료원 등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설치하는 지자체 늘어 경북자치경찰위 “운영 성과 분석해 도내 전 권역으로 확대”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주취자 관리도 공공의료냐” 비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에 발열 환자, 일반 응급 환자까지 몰리면서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응급실이 주취자까지 떠맡고 있다.
병원 응급실 내 병상을 마련해 환자가 아닌 만취자를 술이 깰 때까지 보호하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설치하는 지자체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는 지난 30일 포항의료원 응급실에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설치,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주취자는 응급실에 마련된 전용 병상에서 보호된다. 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에 전담 경찰관이 24시간 상주할 수 있도록 4명을 배치한다.
이번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설치는 지난해 하반기 현장경찰관 간담회에서 나온 요구 사항을 반영했다는 게 경북자치경찰위 설명이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주취자 신고 건수는 1만7,3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0여건 증가했다. 이에 경북도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열고 “경찰관서의 주취자 보호에 따른 치안공백을 미연에 방지하고 이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의료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번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운영 성과에 따라 도내 전 권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순동 경북자치경찰위원장은 “이번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는 일선경찰이 민생 치안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조성하고, 경찰관과 의료인의 긴밀한 보호와 관리는 물론 나아가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센터의 운영성과 분석을 통해 효과성을 평가해 도내 전 권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는 경찰청 주도로 충남 서산의료원과 경기 한양대구리병원, 울산 중앙병원 등에도 설치돼 있다. 모두 경찰이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만취자들을 술이 깰 때까지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충남은 서산의료원에 어이 천안의료원에도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주취자를 응급실에 떠넘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코로나19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취자까지 보호하라고 요구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주취자를 응급실에서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왜 술에 취한 사람에게 응급실 병상을 내주어야 하느냐”며 “아픈 환자들 중에서도 응급인 환자들이 오는 곳이 응급실”이라고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은 3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주취자를 응급실에서 관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다른 나라에서 주취자는 유치장으로 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장은 “기존에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했던 곳에서도 실패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무 의미 없는 사업”이라며 “술 마신 사람으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생기니까 그저 병원에 밀어 넣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는 더 하지 말아야 할 사업 중 하나인데 공공의료기관 응급실에서 시행하고 있다”며 “주취자 관리도 공공의료이냐”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보여주기식 정책은 그만 했으면 한다.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