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에 ‘뚫리는’ 응급실…“위드 코로나에 응급의료대책은 없다”
확진자에 ‘뚫리는’ 응급실…“위드 코로나에 응급의료대책은 없다”
대개협 산하단체로 승인 받은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위드 코로나 대선 때문에 실패할 수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없는 게 응급의료대책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경희대병원)은 위드 코로나 이후 응급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게 ‘뚫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권익을 위해 지난 6월 창립한 응급의학의사회는 대한개원의협의회 산하 단체로 승인받고 지난 14일 열린 제28차 대개협 추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에 참여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개협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응급실 상황을 전하며 응급의료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정부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불편하면 응급실로 가라고 하는데 응급실은 불편하면 오는 곳이 아니다”라며 “응급의료체계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가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전날(13일) 응급실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하며 “위드 코로나에 없는 게 응급의료대책”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회장은 “55시간째 응급실에 누워 있는 코로나19 환자가 있다. 기저질환 때문에 소변을 보지 못하는 할아버지인데,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집에 있으라는 조치를 받았지만 소변이 너무 마려워서 참다가 앱을 지우고 혼자 걸어서 응급실을 방문했다”며 “코로나19 양성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왔다. 그 환자를 진료하던 중 보호자가 찾아왔는데 그 보호자를 통해 확진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보호자도 확진자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이 ‘뚫린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의사 3명과 간호사 3명이 격리에 들어갔다”며 “그 환자는 처음에는 경증이어서 갈 병원이 없었고 24시간이 지나자 투석이 필요한 상황이 돼 갈 병원이 없었다. 48시간 후에는 기도삽관으로 중환자가 됐다. 그랬더니 입원하기로 했던 병원에서 못 받는다고 하러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안내문에는 접종 후 불편하면 응급실로 가라고 나온다. 그 결과, 하루 10~20명씩 백신 접종 후 불편하다며 응급실에 온다. 그런 사람들이 응급실에 2시간씩 누워 있으면 다른 응급환자가 진료받을 자리가 없다”며 “국가적으로 관리해서 위기 상황을 넘겨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는 총선 때문이고 위드 코로나는 대선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며 “정치적인 판단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개협 산하 단체로 승인된 응급의학의사회에 대해서는 “의사회는 권익을 추구하는 단체다. 의사들의 자존심은 급여가 아니라 사회에서의 위치다. 전문가가 전문가로서 대접을 받아야 한다”며 “우리 의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응급의학과도 1차로 환자를 만난다. 이런 면에서는 1차 의료기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상대가치위원회를 보면 의협과 의사회가 동수로 참여해 위원을 구성하는데 응급의학과는 누가 대표여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도 있었다. 회원들의 권익을 찾는 것은 의사회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대개협 가입을 원하면 제재하지 않고 산하 단체로 인정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