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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재난 대책은 반복, 책임 묻기보다 대응마련이 우선"

응급의학과의사회, 국내 현실 맞는 재난대응지침 필요 주장

우리에게는 우리의 현실과 상황에 맞는 우리만의 재난대응지침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 응급의학과의사들이 국내 현실에 맞는 재난대응지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번 재난은 안전의식의 부재와 안일한 대응으로 일어난 안타까운 재난이라고 주장, 정책 당국에 전문가 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회장 이형민)는 3일 추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창립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재난 현장이나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형민 회장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무분별하게 보도되며 국민들의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며 "과연 이번 사건이 한두명의 실수로 인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보다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현장 대응 인력에 대한 격려와 국민들의 정신건강 회복이 우선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책임소재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재난대응에 대한 평가와 분석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한다"며 "최선을 다해 피해를 복구하고 이런 일이 다신 벌어지지 않도록 무엇을 바꾸고 준비해야하는지 반성하고 고민해야할 시기다. 안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또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자를 포함, 많은 의료인이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에서 쏟아진 근거없는 비난과 뭘 했냐는 식의 2차 가해가 더 큰 상처로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근거없이 비난을 받고, '너희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같은 말이 큰 상처로 다가온다는 것"이라며 "재난은 교과서적으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아쉬운 점도 부족한 점도 있었겠지만, 이는 객관적 분석이 끝난 이후 해야 할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사회는 전문가와 함께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면 전문가가 이에 대해 동의하고 따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제일 잘 아는 일들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와 정책당국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응급의학의사회는 대한응급의학회, 재난의학회, 심폐소생협회 등 유관단체와 함께 우리사회의 안전과 재난 예방을 위한 활동들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함과 함께, '우리나라만의 재난대응지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정책당국에 △운동경기, 공연 등 다중의 인원이 모이는 곳에 의사를 포함한 의료지원계획 마련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자격증 국가공무원 의무교육 및 일반인 교육강화 △재난대응에 대한 국가 연구용역 확대ㆍ강화 등을 제안했다.

최석재 홍보이사는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심층 안정평가를 실시하고, 운동경기·공연·스포츠 레저시설 등에 단순히 의무실 마련이 아닌 의료인이 응급의료와 1차 처치를 적절히 제공할 수 있는 지원과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며 "군중집회, 축제 등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경우 예상인원에 따른 사전점검과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공무원까지 포함한 모든 공무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심폐소생술을 교육하고, 자격증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모든 교육과정에 적합한 응급처치, 재난교육을 의무화하고 학생들의 심폐소생술 교육을 장려해야한다"며 "심폐소생실 가능자에 대한 다양한 보상책을 마련, 교육확대와 일반인 응급처치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또 "재난대응 대책마련을 위한 기본적인 연구에 정부의 연구용역에 확대 적용하고, 응급의료 전문가들에 의한 실질적인 재난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한다"며 "현재 재난대응체계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앞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회장은 "더 이상 무의미한 희생양 찾기와 비난, 편가르기를 멈추고 바람직한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의 장에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며 "재난의료팀을 따로 구성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사고 당시 출동한 의료진들은 전날 당직 근무를 하고 쉬던 중 호출을 받아 나와서 재난현장에 투입됐고, 대체인력이 없어 다름 날 다시 응급의료현장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난대응에는 비용이 든다.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투자만이 장래에 닥칠 재난을 예방할 수 있다"며 "후대응으로 졸속대책으로 마무리되는 이러한 일들이 반독된다면 안타까운 재난의 역사는 반독될 수밖에 없다. 빠르고 간단한 해결책은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느리더라도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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