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지켰더니 폭행과 처벌? "회원 보호 위해 의사회 창립"
응급실 지켰더니 폭행과 처벌? "회원 보호 위해 의사회 창립"
[인터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6월 25일 창립 "응급의료 전문가 자부심과 자존심 지킨다"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순간, 가장 먼저 들어서는 곳이 바로 '응급실'이다.
여기서 의사는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하며 나아가 향후 어떤 치료를 받아야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 빠르게 판단한 다음 차후 입원 과와 연계를 한다.
이런 찰나의 순간,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특성화된 과가 바로 '응급의학과'.
경증환자가 밀려오는 응급실에 가벼운 증상으로 위장한 중증환자를 찾아내는 것도 이들의 역할로 심장, 흉부, 뇌 등 인체 한 부분을 다루는 전문성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이처럼 의료계 최전선인 응급실에서 생명과 사투를 벌이는 '응급의학과'이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 있다.
응급실 내 주취자가 의사를 폭행한 사건은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형사처벌까지 판결하는 등 일련의 사건들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응급의학과는 학술적 교류를 담당하던 학회는 있었지만, 회원 권익을 대변하던 단체가 없었다. 이에 이들 의사가 모여 마침내 의사회를 구성해 눈길을 끈다.
메디파나뉴스는 최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이하 의사회) 이형민 회장(경희대병원, 사진)을 만나 향후 의사회 운영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응급의학과는 의료과 중 가장 젊은 과로 1996년에서야 1회 전문의가 탄생해 올해 25세에 불과하다. 당시 의학계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약 4,000여 명의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추산해 매년 약 90여 명을 배출해 현재 약 2,200여 명의 전문의가 활동 중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주로 모이는 학회와 개원의들이 뭉치는 의사회로 나뉜다.
그러나 응급의학과 경우, 과 특성상 개원의가 전국에 200명 정도에 불과하며, 대학병원 소재 교수가 700명 여명, 나머지 1,300여 명이 봉직의들이다.
이 회장은 "학회는 대학교수들이 학문 발전을 연구하는 성격이 강해 다수를 차지하는 봉직의 처우에 집중하지 못했다. 따라서 응급의학과 봉직의협의회가 만들어졌다가 이번에 정식으로 의사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사회는 지난 3월 15일 창립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네 차례 회의와 워크숍을 거쳐 6월 25일 온라인 창립총회를 열어 초대 회장에 이형민 준비위원장을 선출했다. 이후 대한개원의협의회 22번째 산하단체로 정식 가입했다.
의사회는 미션으로 ▲환자 생명 살리는 최고의 전문가 그룹, 비전 ▲응급의학 질 향상 ▲응급의학 최적화 ▲응급의학 다양화 ▲응급의학 선진화 등을 채택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창립총회
특히 의사회가 가장 주력으로 삼는 점은 바로 회원 보호이다.
이 회장은 "봉직의협의회와 의사회 창립 과정에서 1호 사업이 바로 원광대병원 응급실 폭력사건 청원이었으며, 2호 사업이 응급 환자 사망으로 의사가 징역형을 받은 사건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돌아봤다.
지난 2018년 전북 익산 소재 원광대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주취 환자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고 살해 협박까지 받아 이슈화 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사건들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상에서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주취자 폭력에 대비해 의료인 안전을 위한 병원 차원에 투자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세이프티 디자인'이라는 병원 설계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전혀 무지하다. 또한, 의료진 폭행을 국가 공무원이나 공권력 폭력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등 법 강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014년 빅5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처치 이후 환자가 귀가했지만, 4시간 뒤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에게 적절한 검사 등 치료를 제공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의료계에 충격을 던졌다.
이 회장은 "응급실에서는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원과 연계를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되며, 선례가 남으면 안 되는 판결이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의사회 활동을 통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응급의학과 스스로가 전문가라고 생각할지 의문이다. 우리가 응급의료환자 진료 시스템에 리더쉽을 가져야 하고 정책적 제안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령 권역응급의료센터 외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보 규정이 없이 전공의 3년 차 이상이 갈음할 수 있다고 한다"며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만나고 싶어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어디서든 무슨 일이 발생해도 똑같은 양질의 응급의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양질의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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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1-11-24 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