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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된 지 10년 만에 응급실을 떠나기로 했다. 응급환자 치료를 위해 응급의학과 의사가 됐지만, 이는 불가능한 현실이 됐다.”

미국 서부에서 10년 동안 응급환자를 치료해 왔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실을 떠나며 남긴 말이다. 그는 최근 ‘응급의학뉴스(Emergency Medicine News)’에 익명으로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 응급의료 시스템이 엉망이 됐다며 ‘응급실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특히 경증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늘려 수익을 올리는 응급실 경영 시스템이나 부적절한 응급실 내 의료자원 분배 등은 10년차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실망하게 만든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일부 병원 경영자들이 학교나 캠프 신체검사를 지역 응급실에서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알리는 광고를 하거나 이들(경증환자)이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으로 예약을 잡을 수 있도록 정보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체크를 위한 방문자나 단순 감기로 응급실을 찾은 경증환자들로 인해 바이탈 사인이 비정상적이 응급환자가 트리아지(triage)될 때까지 45~90분이 걸린다”며 “응급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비응급 방문 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응급실 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충분하지 않고, 비용 절감을 위해 의사 고용보다 진료지원인력(PA)이나 전문간호사(NP) 수를 늘리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응급실 인력 자원은 위험한 수준에서 분배되고 있다. 비용 효율적이라는 의사보다 PA와 NP가 응급실에 배치되고 있다”며 응급의학과 의사의 업무량과 요구사항이 증가하면서 환자를 보지도 못한 채 차트에 서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비응급 상황이 신속히 처리되고 여기에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는 응급실과 응급환자에게 시간과 관심을 쏟는 의사들이 높게 평가되는 응급실 중 어느 곳을 선택하겠냐”며 “나는 더 이상 비극의 일부가 될 수 없어 응급실을 떠나기로 했다”고 했다.

韓, 응급의학과 전문의, 응급실 아닌 '개원' 선택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응급실을 떠나는 일이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미국과 의료환경이 다르지만 우리나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근무환경에 지쳐 하나, 둘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도 떨어지고 있지만, 응급의학을 선택했던 전공의 10명 중 1명이 수련을 중도 포기하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응급실이 아닌 개원을 선택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지난 2018년 기준 3% 정도였던 개원 비율은 올해 10%까지 늘었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은 “지난해와 올해 트렌드를 보니 전문의가 되고 나서 바로 개원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늘었다”며 “응급실 근무 자체를 힘들어 한다는 게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환자를 보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라 응급실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다. 응급실에서 응급 환자를 살리는 일이 보람될 거라고 생각해서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많은데 힘든 일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어서 실망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의사 인력 부족도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지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며 “응급환자가 연간 1만5,000명이 되지 않는 응급실이 전체의 75% 정도를 차지한다. 적자 우려로 고용이 일어나지 않으니 여유 있는 인력을 구성할 수가 없다. 응급실 의사들의 근무가 늘고 장기간 이어지니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연간 1,800시간 가까이 일을 하는데 사실 무리다. 반면 영국은 연간 800시간 일한다”며 “어렵게 수련받고 전문의를 취득했다면 최소 60세가 넘어서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가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면 사회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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