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털고 싶어하는 정부"…코로나19 현장 대응 혼란 커져
거점전담병원 31일 운용 종료…이후 관리·지원 계획 부실 환자 수용 소극적인 병원들…"지원 없고 감염 부담·책임만"
코로나19 대응 체계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정부는 일반의료체계 전환을 강조하지만 그 틈새를 메울 대책이나 지원이 없는 상황이어서 의료 현장의 부담은 더 커진 모습이다. "정부도 빠져나갈 생각만 하는" 코로나19 대응 체계에서 병원들도 하나둘 떠나면서 입원 병상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과 전담병상 운영은 오는 31일 일괄 종료된다. 정부는 전담병원 체제가 끝나도 일선 의료기관이 일반 진료체계 속에서 코로나19 병상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관련 기사: 일반의료체계 전환 강조하지만 현장 혼란…"병상 찾기 힘들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관리나 지원 계획은 부실하다.
이 때문에 운영 종료를 앞둔 전담병원들도 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줄이고 있다. 병원 간 환자 전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응급 수술 환자나 소아 환자 같은 특수 환자 치료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현장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한 달 전인 지난 11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응급실 업무 과부하를 우려하며 코로나19 진료체계 개선과 상시적인 감염병 대응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관련 기사: 내년 코로나19 대응 '막막'…"이대로면 다시 나서는 병원 없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 전담병원 운영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지만 현장은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정부 정책 여부와 관계 없이 코로나19 병상 정리 수순에 들어간 병원들도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인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 A씨는 지난 9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12월 중순부터 코로나19 병상 운영을 포기하는 병원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A씨는 "서울시는 연장 여부를 한 달 단위로 결정한다는 방침이고 중수본도 병상을 일단 계속 유지해달라고 하지만 전부 유지할 병원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대부분 일부만 유지하고 추이를 지켜보며 감축할 예정으로 안다"면서 "정부 지침이 날마다 바뀌어서 장담은 못 한다. (정책이 갑자기 바뀌는) 이런 일이 몇 달간 반복되다보니 설혹 지원이 유지되더라도 '차라리 관두겠다'는 병원들도 있다. 지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병원들이 응급실로 들어오는 코로나19 환자까지는 자체 수용 병상으로 받겠지만 다른 기관 환자 전원을 받을 여력은 없다. 지금도 수도권 병원들끼리 전원이 원활하지 않다"면서 "전담병원 운영까지 종료되면 입원할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불가피하게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리고 업무 과부하로 응급의료 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일선 현장에서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수도권 전담병원 응급의학과 B교수는 1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전원 환자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면서 "응급실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해제 후로 응급실에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환자, 발열 환자가 뒤섞여 들어오고 있다. 여기에 다른 병원에서 오는 코로나19 환자까지 더하면 감당이 안 된다. 변명 같이 들려도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B 교수는 "현장에서 대책을 호소한 게 세 달이 넘는다. 돌아오는 답은 없고 대책도 없다. 그러면서 책임도 안 지려고 한다. (정부는)하루빨리 손 털고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 "뒷감당을 병원이 다 해야 하는데 이래서는 내년은 물론이고 다른 감염병이 터져도 누가 손들고 나서겠느냐"고 탄식했다.
코로나19 '책임은 2급 지원은 4급'…정책 혼란이 현장 혼란 부른다
정부 대책과 지원이 부재하면 그 자리는 그때그때 "의료진의 선의"로 채워야 한다. 지금은 경기도 화홍병원처럼 수도권 응급 환자 수술을 자원하는 의료기관도 있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언제까지 버틸지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화홍병원 최석재 중환자의학과장은 1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음압수술실이 있고 방역에 신경 써도 감염 위험을 완벽히 차단하긴 어렵다. 사실상 의료진이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를 받고 있다"면서 "적절한 지원이나 관리 체계 수립 없이 전담병원 운영을 종료하는 것은 순전히 의료진의 선의와 의료기관 역량에 기대 감염병 상황을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담병원 운영 종료를 결정한 지금으로서는 정부의 '교통정리'가 급선무라고 했다. 2급 감염병에 걸맞는 관리와 책임을 요구하면서 지원은 '4급 인플루엔자' 수준으로 하려는 혼란스런 정부 태도가 현장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 과장은 "받으라는 대로 환자를 받았다가 자칫 원내 감염으로 퍼지면 병원이 감당해야 할 손실과 책임이 너무 크고 무겁다. 인력과 시설도 부족하다. 정부 지원이 종료되면 이마저도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그럼 병원 간 자체적인 (코로나19 환자) 전원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지금도 의아할 정도로 전원을 꺼리는 전담병원들이 있다. 소아 환자 진료도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최 과장은 "2급을 유지하면 그에 준하는 관리와 지원도 함께 가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 관리와 지원은 4급 수준이면서 의료기관에 지우는 책임은 2급 수준으로 조율이 안 되면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조금이라도 위험 요소를 줄이고자 감염병 대응에 소극적으로 나오게 된다"면서 "정부가 확실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준하는 대책을 내놔야 이번 겨울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